
전윤호 시인 춘천살이 단상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마지막 기억은 춘천이었으면 해.,”(물 속의 자전거 中)
시집 통째로 고향인 정선을 그리며 최근 편운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전윤호 시인이 이번에는 제2의 고향인 춘천을 담은 시집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를 펴냈다.
춘천에 살며 활발한 시작 활동을 해 온 시인이 서면, 소양교, 샘밭, 풍물시장 같은 춘천의 장소, 안개와 사람 등에 대해 쓴 68편의 시가 수록됐다. 수천 년 봉인될 슬픔이 있는 샘밭, 봄에도 겹겹이 눈이 내려 쌓이는 다리가 많아 서러운 도시 춘천을 자전거로 누비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바람 센 날 춘천의 호수 주위를 돌다 넘어지기도 하고, 또 긴 의자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페달을 밟는 시인은 다른 자전거를 속이지도 죽이지도 않는 '자전거'와 달리며 시를 쓴다.
자전거로 나아가며 춘천의 일상과 자연에 대해 쓴 시를 읽다보면 시집의 제목처럼 작고 작은 슬픔들이 모여서 같이 그 슬픔을 보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함께 힘이 세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전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무기처럼 새벽에 일어나 시 쓰고, 자전거 타고 호수 한 바퀴 돌았다. 안개와 함께 외로워서 좋았다. 그렇게 얻은 시들을 보낸다”고 했다.
정선 출신으로 1991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정선' '아침에 쓰는 시' 등이 있다. 시와시학 작품상 젊은 시인상, 한국시협 젊은 시인상, 제30회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북인刊. 120쪽. 9,000원.
이현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