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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호나우두처럼 … 70m 폭풍 드리블에 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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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골 터뜨린 손흥민

英 레전드·언론 “올 시즌 최고 골” 극찬 … 경기 최우수선수

손 “패스할 곳 없어 전력 질주…홈에서 이런 골 넣어 행복”

슈퍼소닉(Supersonic) 춘천 출신 손흥민(27·토트넘)이 네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8일(한국시간) 열린 번리와의 2019~2020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홈경기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터트리고 해리 케인의 선제골까지 돕는 원맨쇼를 펼쳤다. 팀은 5대0으로 승리했다.

이날 득점으로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통틀어 10골 9도움을 기록, 2016~2017시즌부터 네 시즌 연속 두 자릿 수 득점 고지에 올랐다.

이날 손흥민이 보여준 시즌 열 번째 골은 그의 별명이 왜 초음속을 의미하는 '슈퍼소닉'인지를 설명해 주는 최고의 퍼포먼스였다. 단연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로 부를 수 있는 장면이었다.

2대0으로 앞서던 전반 32분께 토트넘 진영 페널티지역 부근에서 경합 중이던 볼이 손흥민의 발끝에 떨어졌다. 패스할 곳을 찾는 듯하던 손흥민은 그대로 드리블을 이어갔고 번리 선수들은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처럼 질주를 시작한 손흥민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수많은 번리 선수가 손흥민의 볼을 빼앗으려고 달려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손흥민은 결국 골을 잡은 지 12초만에 골망을 가르는 '원더골'을 스스로 완성했다.

홋스퍼 스타디움의 홈팬들은 열광했고, 번리 선수들은 '망연자실'해야만 했다. 이견을 달 수 없는 '환상의 골' 그 자체였다.

지난해 EPL 11월의 골로 선정된 첼시전 50m 질주 후 꽂아 넣은 골이나 올 2월 레스터시티전 후반 추가시간에 60m를 질주해 완성한 쐐기골을 완벽하게 지울 정도의 엄청난 위력의 골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가 중앙선 부근에서 단독 드리블에 나서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골지역 오른쪽에서 골을 터트렸던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골이었다.

특히 이 골은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 앞에서 터진 골이어서 더 의미가 깊었다. 박지성은 이날 경기 전 손흥민에게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국제선수상' 트로피를 전달하기 위해 홋스퍼 스타디움을 방문, 경기를 관전했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부여한 평점은 9.3점. 2골 1도움을 기록한 케인의 10점에 이은 양팀 통틀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이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손흥민에게 쏠렸다.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레전드' 게리 리네커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와우! 손흥민이 역대 최고의 골 가운데 하나를 기록했다. 내 생각에는 이번 시즌 최고의 골”이라고 칭찬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도 “손흥민은 이번 시즌 '최고의 골'의 진정한 도전자가 됐다”고 전했고, 더선도 “손흥민이 이번 시즌 최고의 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번리 선수들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투표로 선정하는 '킹 오브 더 매치'에서 과반(54%)의 지지를 받으며 27.4%의 케인을 가볍게 제치고 선정됐다.

손흥민은 인터뷰를 통해 “(공을 잡았을 때)델레 알리가 왼쪽으로 뛰는 걸 봤고 많은 번리 선수가 보였다. 알리에게 패스를 하려고 했으나 수비가 따라갔고 패스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그냥 내 부스트 버튼을 눌렀다. 알맞은 타이밍에 전력질주를 했고, 2~3초 뒤 놀랍게도 골대 근처에 도착해 있었다. 홈에서 이런 골을 넣은 것이 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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