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폐가 찢어지거나 손상돼 당황한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겪는다. 겨울철 화재로 집이나 가게에 보관한 지폐가 불에 타거나 바지 주머니에 돈이 있는 줄 모르고 세탁기를 돌리거나 애완견이 물어뜯어 찢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지난해 교환한 지폐 금액은 5,600만원을 넘는다. 이 중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스며든 경우가 109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폐가 손상됐을 때 대응 요령을 한은 강원본부로부터 알아봤다.
남아 있는 면적이 교환금액 결정…4분의 3 넘으면 전액 받아
불탄 돈은 재로 남은 부분까지 인정…손상 상태로 가져가야
수십년 지난 옛날 돈 희소가치 불구하고 액면가 그대로 교환
■남아 있는 면적이 교환금액 좌우=훼손된 지폐는 한국은행에 가져간다고 전액 교환되지 않는다. 교환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은 '남아 있는 면적'이다. 4분의 3이 넘으면 전액을 받을 수 있고 최소한 5분의 2는 넘어야 반액을 받을 수 있다. 5분의 2가 안 된다면 무효가 된다. 보통 화재로 지폐가 불에 타면 낱장이 아닌 수백만~수천만원이 한꺼번에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손상되지 않은 화폐를 찾겠다며 재를 털어내기도 하는데 그만큼 돈을 잃어버린다. 한국은행에서는 불에 탄 돈을 교환할 때 재로 남아 있는 부분까지 돈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은 강원본부의 교환 사례 중 불에 탄 금고를 통째로 들고 방문한 경우도 있는데 이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또 화재 진압 과정에서 돈이 물에 젖은 경우 낱장으로 분리하거나 드라이기로 말리다가 재를 손상할 수 있는데 한은은 비닐랩에 담아 젖은 뭉치로 가져올 것을 권했다.
찢어진 지폐도 보통 퍼즐 조각처럼 맞춰 스카치테이프로 붙여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도 손상 상태 그대로 가져오는 게 바람직하다. 한은에서 다시 맞춘 후 교환하기 때문에 찢어진 조각은 최대한 모아와야 한다.
■옛날 돈, 기념화폐 웃돈 교환 안돼=한은이 발행하는 돈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디자인이 바뀌는데 옛날 돈을 갖고 있으면 돈의 가치가 올라가 재테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찾아오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500원까지 지폐도 한국은행으로 오면 액면가 그대로 500원으로 교환된다. 또 이렇게 회수된 돈은 그대로 소각 처리된다. 한은 강원본부가 이렇게 지난해 소각 처리한 돈이 4억2,000만원에 달한다. 옛 지폐, 기념화폐는 한은에서는 액면가 그대로 평가되지만 '희소성'은 분명히 있다. 희소성은 가격과 가치를 좌우하는 만큼 후손이나 지인에게 선물로 주거나 높은 가격의 거래를 원할 경우 인터넷 거래를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유명 관광지에 대부분 있는 동전을 던지는 행운의 연못은 국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세금이 낭비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동전은 금속 성분으로 제조돼 물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부식되는데, 그만큼 관리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연못을 관리하는 사찰 등에서는 가급적 빨리 꺼내 교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던진 외화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동전이 아니기 때문에 교환되지 않는다.
박종필 한은 강원본부 업무팀 과장은 “5만원권 지폐의 경우 손톱만큼 남은 재로 교환금액이 2만5,000원 차이가 날 수도 있다”며 “최근에는 주취자, 어린이들의 장난으로 인한 고의적인 훼손도 늘고 있어 지폐 관리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