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1,073일 만에 모습 드러낸 세월호]“저 없으면 어떡해요” 아들의 마지막 말 아직도 생생

뜬눈 밤새운 故 최정수군 유가족

진도 동거차도서 인양과정 지켜

3년만에 마주한 모습 만감 교차

“9명의 미수습자 수습되길 기원

진상규명 하루빨리 마무리 소망”

'미친 배'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참사 1,073일 만이다. 큰아들 최정수(당시 안산 단원고 2학년 8)군을 참사로 잃은 철원 출신 최태신(51)씨에게 사고 선박은 '세월호'가 아니라 '미친 배'다.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30분 배 안에서 정수군은 어머니(정선 출신)에게 휴대전화로 사고 소식을 알렸다.

“엄마, 저 없으면 어떡해요.” “배가 미쳤나 봐요. 물이 들어오고 컨테이너가 떨어지고…” 23일 고(故) 정수군의 아버지 최태신씨는 사고 해역이 훤히 내다보이는 진도 동거차도 산꼭대기에서 세월호 인양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지난 23일부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활동으로 동거차도에서 감시초소 근무를 서던 차였다.

최씨는 “마침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참사 선박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며 “왜 인양에 3년이란 세월이 걸렸느냐는 원망의 감정 또한 들었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2015년 9월부터 당시 단원고 1반~10반별로 10개 조를 구성,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에 간이 천막으로 꾸민 초소에서 1주일씩 번갈아가며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사고 수습과 인양 과정에 대한 '불신' 탓이다.

그가 세월호를 '미친 배'라고 인식하는 것은 '배가 미쳤나 봐요'라는 아들의 말에 끝내 지켜주지 못한 부모로서의 자책감과 295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참사, 정부의 허술한 대응과 수습 과정 등이 함축된 것이리라. 최씨는 “인양이 안전하게 끝나고 9명의 시신도 수습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며 “하루빨리 진상 규명이 마무리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최씨는 세월호 참사 뒤 다니던 직장에서 휴직하고 3년째 진상 규명을 위해 뛰고 있다. 큰아들 정수군은 경기 평택 서호공원에 잠들어 있다.

류재일기자 cool@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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