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용과 봉황은 거북과 기린과 함께 사령(四靈:네 가지의 신령스러운 상상의 동물)으로서 신성시하였다.
용은 사령 중에서 으뜸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광아(廣雅)'라는 문헌에는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하였다. 즉 여러 동물의 특징적인 형상을 모아놓은 셈이다. 신령스럽고 능력이 무궁무진한 용은 제왕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수신(水神)으로 숭상되었다.
수컷을 봉(鳳), 암컷을 황(凰)인 봉황의 얼굴 생김새만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보면 황새의 이마, 제비의 턱, 닭의 부리, 뱀의 목을 갖췄다고 한다. 이 상상의 새도 제왕을 상징하며, 태평성대에 나타난다고 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칼은 용과 봉황으로 장식됐고, 유명한 백제금동대향로의 맨 위에는 봉황을 두었고, 향로를 받치는 다리는 용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청룡이 사신(四神)에 하나로 그려졌고, 봉황은 우리나라 대통령 휘장에 쓰이고 있다.
이러한 용과 봉황이 청풍부원군 상여에 의젓하게 자리하고 있다. 상여 지붕 앞뒤에는 용을 새겨 넣은 반원형의 용수판이 있고 네 귀퉁이에는 봉황꼭두가 서 있다. 숙종이 내려 준 상여이므로 서울의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들었기 때문에 조형미가 뛰어나다.
용수판은 황룡판과 청룡판이 있다. 봄과 여름에는 청룡판이 상여의 앞이고 가을과 겨울에는 황룡판이 앞선다고 한다. 봉황꼭두는 언뜻 보면 다 똑같은 것 같지만 갈기는 조금씩 다르다. 신령스러운 용은 나쁜 기운과 잡귀를 쫓아 죽은 사람의 영혼을 편안하게 하며, 봉황은 큰 날개로 날아올라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고 가는 길의 온갖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
청풍부원군은 이들의 도움으로, 숙종과 후손들의 바람대로 편안히 모셔져 좋은 세상으로 가셨을 것이다.
<김동우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제작연도 : 조선시대·17세기
■소 장 처 : 국립춘천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