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풍부원군 김우명(1615~1675년)이 돌아가시자 외손자 숙종이 상여를 내려주었다.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상여는 서울에 있는 경공장(京工匠)의 솜씨를 자랑하고 있고, 왕실의 상장례 문화를 알려주는 중요민속자료 제120호다. 이 상여의 가장 높은 곳에 동방삭이 사자를 타고 앉아 있다. 동방삭의 실제적인 용도는 상여 윗부분의 앙장(仰帳·상여를 덮는 지붕 모양의 천막)과 용마루를 고정시키는 것이다.
동방삭은 원래 중국 한(漢)나라 무제의 때에 실존했던 인물이다. 중국 설화에서는 동방삭이 중국 서쪽 곤륜산에 있다는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어 삼천갑자를 살았다고 전한다. 1갑자는 60년이니 삼천갑자는 18만년이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걸쳐 동방삭의 구전설화가 전해진다. 동방삭이 밥과 신발, 노자 등을 저승사자에게 대접을 했고, 대접받은 저승사자가 삼십(三十)갑자인 동방삭 명부의 십(十)을 천(千)자로 만들어 삼천갑자를 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동방삭이 저승사자를 따라 저승에 갔는데, 염라대왕이 아직 사는 날이 많이 있으니 돌아가라고 했다.
상여 용마루 가운데 사자를 탄 동방삭을 두었던 뜻이 무엇인지 알겠다. 상여는 죽은 이가 좋은 곳으로 편안히 가기를 바라는 후손들의 정성과 바람을 담아 제작된다. 저승 가는 길을 잘 알고 있는 동방삭이 청풍부원군을 잘 인도해 주었을 것이다. 동방삭이 탄 사자는 가는 길에 여러 잡귀가 방해하는 것을 막아주는 벽사의 역할을 한다.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삼천갑자를 살고 난 동방삭은 저승에 가지 않으려고 저승사자를 잘 피해 다녔다. 결국 저승사자가 꾀를 내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숯을 물에 씻었다. 동방삭이 그 까닭을 물으니 사자는 숯을 물에 씻어 희게 만든다고 했다. 동방삭은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이 일은 처음 본다고 하여 사자는 동방삭임을 알아보고 저승으로 데려갔다. 청풍부원군을 저승으로 안내한 동방삭이 지금은 저승에서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김동우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제작연 도 : 조선시대·17세기
■소 장 처 : 국립춘천박물관
■크 기 : 높이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