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 농사 풍년에도 농민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많은 양을 생산해 많이 팔아야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쌀 소비량이 줄면서 나타난 '풍년의 역설'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65.1㎏으로 전년동기보다 3.1% 감소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국민 1명이 1년 동안 한 가마니(80kg)도 채 먹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루 단위로 따져보면 약 178g 정도다. 밥 한 공기를 100g으로 보면 하루 한 끼 이상을 밥이 아닌 다른 대체 식품으로 해결하는 이가 많아진 셈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1980년대부터 2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쌀뿐만 아니라 빵, 면 등도 우리 식탁에 주식으로 자주 등장했고, 웰빙 열풍과 식사량 감소로 쌀 소비는 점점 줄었다. 수요가 감소한 만큼 가격도 신통치 않다. 민간 농업연구소인 지에스앤제이가 실시한 산지 쌀 값은 80㎏당 15만9,308원(지난 5일 기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9,152원) 낮은 수준이다.
수입쌀의 공세 역시 골칫거리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타결과 올해부터 실시된 수입쌀 관세화로 농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산 쌀도 쌓여있는 마당에 수입쌀까지 들어오면 판로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오는 9~10월에 밥쌀용 수입쌀 1만여톤을 들여오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4~5년 주기로 쌀 생산량이 예년보다 많아질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며 “쌀 재고량이 쌓일 때마다 팔아주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지만 이런 단편적인 대책보다 농민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선영기자 haru@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