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고객들의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정보가 해킹된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춘천, 원주, 강릉, 영월, 인제 등 강원지역에서도 유심 교체를 위해 대리점을 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으나, SKT가 확보한 유심 수량은 가입자 대비 4% 수준에 불과해 당분간 유심 품절 대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소비자들은 새벽부터 줄을 섰는데 대리점은 오전 10시나 돼서야 문을 열었다며 회사측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하기도 했다.
■오전 10시부터 200여명 대기줄 이어져=28일 오전 10시 춘천의 한 SKT 대리점 앞. 평일임에도 매장을 찾은 200여명의 고객이 줄을 이뤘다.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사람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는 모습도 보였다. 최현주(여·35) 씨는 “인터넷뱅킹 등 금융정보 유출이 우려돼 급히 연차를 내고 유심을 교체하러 왔다”며 “문자 등 개인정보가 추가적으로 새어나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오전 8시부터 매장을 찾았다는 김현석(60)씨는 “개인정보 유출 소식을 듣고 매장 방문만을 기다렸는데, 정작 대리점은 10시에 문을 열었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강릉에서도 대리점을 찾는 고객 행렬이 이어졌다. 권모(45·포남동) 씨는 “SKT 온가족할인을 이용하며 수년째 서비스를 써왔는데, 최근 주변에서 개인정보 유출 피해 소식이 들려 불안하다”며 “삼척에 계신 부모님 댁 근처 대리점에는 유심 입고 기약도 없어, 혹여나 피싱 전화라도 받으실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해킹 피해 의심 사례 나타나…SKT 대응 총력 대응=부산에서 유심 피해 첫 사례가 나타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60대 남성이 지난 22일 자신이 쓰던 SKT휴대전화가 계약 해지되고 새로운 KT알뜰폰이 개통됐다는 것. 특히 이 남성의 계좌에서 현금 5,000만원이 빠져나가 현재 경찰이 무단 개통 과정 등을 수사중이다.
앞서 SKT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해킹 관련 실제 유출 피해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SKT는 28일부터 2,500만여명의 고객에게 무상으로 유심을 교체해주기로 했다. 현재 전국에 보유 중인 유심은 100만여개로 알려졌으며, 다음 달 말까지 500만여개를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SKT는 이번 해킹 사고 이후 불법 유심 복제를 막기 위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기준을 최고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 운용하고 있으며, 실시간 모니터링도 강화했다. 지난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유심 교체 등 조치의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국민 불편 해소에 전력을 다하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기관에 긴급 지시를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