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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본 세상-뉴스&트렌드]화이트데이·육포데이·엿데이… 국적불명 기념일 `줄줄이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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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술에 의해 정체불명 '데이' 양산

나이트 가는날·껌 씹는날도 있어

소비문화에 밀려 기념일 의미 퇴색

밸런타인데이(2월14일)에는 직접 만들었다는 초콜릿 선물을 받기도 했다. 또 삼겹살데이(3월3일)에는 회식도 뿌리치고 그녀와 함께 삼겹살로 저녁을 함께했다. 유별나다 싶기는 하지만 기념일을 일일이 챙기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하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기념일들을 생각하니 얄팍한 호주머니 사정에 솔직히 걱정이 되기는 한다.

■○○데이, △△데이, □□데이 … 국적불명 기념일 천국=김모씨가 다이어리를 받은 날은 여자친구의 성향으로 봤을때, 아마도 다이어리데이(1월14일) 였을 것이다. 연초에 연인들이 서로의 1년 계획을 다이어리에 적어 선물하는 날이라고 알려졌다. 이 날이 바로 끝도 보이지 않는 한 해 기념일의 시작이다.

그래봤자 뭐 그리 많겠나 하겠지만 어림잡아 한 해 60여개에 이르는 국적불명의 ○○데이, △△데이, □□데이가 존재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념일들이 물건을 팔기 위해 업체들이 꼼수로 만들어 낸 상업적인 이벤트의 산물이라는 데 있다.

상술에 의해 아무런 의미없이 만들어진 날들이 그럴듯하게 포장되면서 특정 기념일로 둔갑하는 웃지 못할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중에서 축협이 축산·양돈농가의 소득 증진을 위해 만든 삼겹살데이나 농촌진흥청이 오이 판매 활성화를 위해 제정한 오이데이(5월2일), 농림부가 닭고기와 달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정한 구구데이(9월9일) 등은 공익적인 의도가 담겨 있어 그나마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여기에 대통령령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는 국가기념일 46개까지 포함시키면 1년에 모두 100여개의 기념일이 운영되는 셈이다.

평균 3~4일에 하루꼴로 기념일이 다가오니 '기념일 천국'이라고 불러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유래 따위는 필요 없다 … 매달 14일은 무조건 기념일=“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이 말만큼 상대방을 한순간에 당황시키는 질문은 없을 것이다. 특히 연인 사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매달 14일이 무조건 기념일인 것이 오히려 편하다는 자조 섞인 말들도 들리곤 한다. 1년 12번의 '14일' 기념일 중 유래가 있는 것은 사제 발렌타인을 기리는 날인 밸런타인데이(2월14일)가 유일하다. 서양의 풍습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정착됐다. 거꾸로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은 화이트데이(3월14일)다. 1965년 일본의 마시멜로 제조업체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이 가장 유력하다. 이외에도 12월까지 다양한 14일 기념일이 시쳇말로 '줄줄이 사탕'이다.

'축하하거나 기릴 만한 일이 있을 때, 해마다 그 일이 있었던 날'을 기억하는 날을 우리는 기념일이라고 부른다.

이제 더이상 의미없는 '소비의 날'을 기념일로 떠받치는 놀이보다는 밸런타인데이에 가려 보이지 않던 안중근의사의 순국일처럼 미처 돌보지 못했던 진정한 의미의 기념일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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