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떼 덮친 한국범 ⑩
그 일대에는 사람들도 살지 않았다. 온종일 범을 추적했으나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나무꾼도 없었고 약초꾼도 없었다. 그런데 저쪽 산 사이에 마을이 하나 있었다. 마른풀로 지붕을 덮은 흙돌집이 열서너 채쯤 모여 있는데 침울했다.
첩첩산중에 낙엽에 덮여 있는 마을이었다. 그 마을은 포수마을이었다. 마을사람들은 한양에서 온 범사냥꾼을 환영하며 쉬다 가라고 감자와 옥수수도 대접해 주었다. 마을에는 남자의 수보다 여자의 수가 훨씬 많았다. 범사냥을 하다가 죽거나 실종된 남자가 많기 때문이었다. 남자 중에는 손가락이 잘리거나 큰 부상을 입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화승포나 화약을 다루다가 입은 상처들이었다.
“털범이 돌아다닙니다. 어젯밤부터 나타나 돌아다니고 있지요.” 털범은 3~4년 전부터 강원도와 경기도에 걸쳐 넓은 영지를 만들어 살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놈은 주로 경기도 땅에서 살고 있지만 가끔 이 일대에도 나타나 영지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일대는 큰 산줄기를 타고 많은 범이 드나드는 곳이기 때문에 다른 범에게 영지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에는 그놈을 꼭 잡으려고 합니다. 이 마을에는 최근 3~4년 동안 여덟 명의 포수가 범에게 죽거나 실종되었으나 이번에는 실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강원도 포수들은 그래도 기가 죽지 않고 있었다. 마을에는 대장간이 한 채 있었는데 파란 꽃불을 풍기고 있었다. 대여섯 명의 포수들이 그곳에서 화승포와 창과 화살촉을 만들고 있었다. 만들어진 화승포는 꽤나 정교했다. 한양의 포수들이 갖고 있는 화승포와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화약이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그곳을 다스리는 수령이 매년 한 줌의 화약을 하사했는데 그게 모두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그곳 포수들은 잡은 짐승껍질을 장안의 시장에 가져가 몰래 화약과 교환했는데, 그게 불법이라고 관헌에 잡혀가 매를 맞는 경우가 있었다.
그 마을은 사람들이 범과 싸우는 최전선에 있었다. 한양의 높은 나리와 지방수령들의 독전을 받으면서 그 마을 포수들은 목숨을 걸고 범과 싸우고 있었으나 한양의 높은 나리들은 잡은 범의 껍질만을 헐값으로 뺏어갈 뿐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았다. 범과 싸우다가 죽은 포수들에게도 위로금 한 푼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