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욕 통해 스트레스 해소와 장·심폐기능 강화
눈의 피로 풀어주고 음이온 방출로 상쾌함 느껴
도 산림 80% 넘어…웰빙시대 21개 '명품 숲' 즐비
짙푸른 숲, 상큼한 향기, 따뜻한 햇볕. 한적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스트레스는 이내 풀리고 행복이 충전될 것 같다.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을 마시거나, 귀를 즐겁게 하는 새소리를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울창한 나무 대신 빌딩 숲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밀려오는 스트레스와 각종 매연과 소음으로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기 쉽다.
쾌적한 생활환경과 정서적 안정은 이미 우리의 생활과 괴리된 듯한 단어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디 공기 좋은 곳에서 잠깐 쉬다왔으면 하는 생각만 간절해진다.
이처럼 주변 환경이 열악해지다 보니 만성피로와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앓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문명의 이기로 인해 현대인들의 심신은 오히려 지쳐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을 찾아 산으로 간다.
울창한 숲을 오르내리면서 도시 생활에서의 피로를 잊고 상쾌한 기분을 품게 된다. 그저 숲을 걸었을 뿐인데도 몸은 이내 가벼워진 느낌을 받는다. 도대체 숲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기에 병을 치유하는 것 같은 기분을 가지게 되는 걸까. 그 비밀을 알아보기 위해 숲으로 들어가 보자.
■ 건강 보호·질병 예방 효과
숲은 건강을 보호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 건강에 좋은 에너지를 충족해 준다. 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Phytoncide)이다. 피톤치드는 러시아어로 phyton(식물의)과 cide(죽이다)의 합성어다. 식물이 자신을 위협하는 병원균, 해충, 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물질을 말한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된다. 또한 살균작용도 이루어져 면역력을 높여주는 역할도 하게 된다.
숲의 푸르름, 싱그러운 향기, 맑은 물소리와 새소리는 사람의 감각기관을 자극해 활기를 되찾게 한다. 녹색 빛을 담고 있는 숲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회색의 도시 건물들에 지친 눈에 활기는 주는 것. 또한 우리가 상쾌하게 느끼는 음이온은 몸 안의 양이온을 상쇄시켜 자율신경을 안정시킨다. 음이온은 주로 활엽수림 보다는 침엽수림에서, 시냇물이 계속해서 흐르고 있는 계곡에 풍부하다. 그래서 울창한 송림의 시냇물을 따라 걷다 보면 상쾌함을 느끼는 것도 이 음이온 때문이다.
숲에서의 보행은 어렵지 않다. 흙길은 발목이나 무릎의 충격을 흡수해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도 쉽게 걸을 수 있다. 또한 자연적으로 형성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리듬감 있게 걷거나 뛰면 발의 지압 효과와 심폐기능이 좋아진다. 숲에서 걷다가 휴식을 취할 때는 맨땅이나 나뭇등걸에 앉아서 쉬는 것이 좋다. 나뭇등걸과 흙은 살아 있는 기(氣)를 지니고 있어 인체의 기와 교감작용을 해 몸에 이롭다.
■ 지구 온난화를 물리치는 '녹새댐'
숲은 지구를 낫게 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이산화탄소다. 이 이산화탄소를 적정수준으로 낮추어주는 역할을 숲이 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를 식혀주는 청정 에어컨 역할도 숲이 맡고 있다. 여름철에는 나뭇잎이 태양 광선을 차단하고 증발 시켜 열을 내릴 수 있다. 온도가 높은 도시에서 도시 숲 조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숲의 기능과 관련이 깊다.
숲은 빗물을 머금었다가 서서히 땅속으로 흘려 보내는 인공 댐과 같은 기능을 한다. 수자원보호 기능을 함축적으로 표현해 숲을 '녹색 댐'이라 부른다.
숲은 떨어진 빗물을 토양에 스며들게 해 저장하고 서서히 방출하는 조절능력을 가지고 있다. 낙엽, 죽은 가지, 나무뿌리도 물이 지표면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 토사 유출을 방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산림지역에 내리는 물의 양은 수자원 총량 1,267억 톤의 약 65%인 823억 톤에 달한다. 이 가운데 수목의 잎이나 가지, 지표면에서 증발돼 손실되는 양은 수자원 총량의 45%인 567억 톤, 하천으로 유출되는 양은 55%인 700억 톤으로 보고 있다. 즉 숲이 머금고 있는 물은 생명의 물인 셈이다.
■ 새로운 부가가치의 보고
우리나라의 3분의 2가 산림으로 덮여 있으며 특히 강원도는 산림이 80%가 넘는 산림도이다. 녹색성장이 전 지구적인 가치가 되고 있는 최근에는 산림자원은 매우 중요한 부존자원이다. 산림자원은 포괄적인 자연자원임과 동시에 현재의 환경은 물론 앞으로 살아갈 후대복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자원이다.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따라 우리나라의 성장 가치는 삶의 질은 충분히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강원도는 산림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잘 보존된 산림을 갖고 있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전국 36개 자연휴양림 중 12개가 강원도에 있다. 강원도와 18개 시·군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까지 더하면 강원도에만 21개의 자연휴양림이 도시민의 피로를 풀어주고 있다.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 있던 강원도가 숲이 주는 혜택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부가가치의 보고로 알려지고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웰빙 시대에 강원도는 한 발 앞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탄탄한 부존 자원을 보유한 셈이다. 과거 탄광산업으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한 강원도가 '명품 숲'으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다.
사진·글=김남덕기자 ndkim@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