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짓말을 잘하는 아이였다.
뭐가 그렇게 당당했을까.
생각해보면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거짓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내 거짓말을 믿지 못하는 순간이 들통 나는 순간임을 잘 알고 있었다.
천연덕스럽게, 그리고 뻔뻔하게, 완벽한 거짓말을 상상했다.
너무나도 완벽해서 나마저도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의 거짓말.
언젠가 앨범을 넘기다가 이건 내가 나오지도 않은 사진인데 왜 끼워두었냐고 하면 당신은 금방 나를 찾아낸다.
네가 거기 왜 없니, 하시면서 날 찾아낸다.
여기 세 번째로 있는 것도 너고, 저기에도 있는데 네가 왜 없니.
나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게 나인지 모르겠다.
당신은 아직도 내가 세탁소에 들르면 내 얼굴에 대뜸 다리미 스팀을 뿌리신다.
그건 당신이 날 사랑하는 방식이다.
내 과거를 문장으로 기억해주는 당신과 오랫동안 소통하길.
내가 당신이 날 사랑하는 방식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듯, 당신이 내가 거짓말을 하는 방식을 눈치 채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길 바란다.
어디서든 나를 찾아낼 수 있는 당신처럼, 나도 어딜 가든 당신을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내가 내 거짓말을 믿지 못하는 순간이 들통 나는 순간임을 잘 알고 있다.
△전석순 △1983 춘천출생 △강원고 졸,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2003 백마문학상, 2005 오월문학상, 2006 국원문학상 △2007 경희대 전국대학생문예공모전 소설부문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