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타이가(14)
소련 정보국 세라니드 소령은 일본 정보원과 접촉했던 길야크족 타로치도 죽였다. 그 일대를 수시로 순찰하고 있던 소련군 정찰대를 시켜 타로치를 공개처형했다. 열 명내지 여덟명으로 구성된 소련군 정찰대들이 수시로 우수리강 연변 타이가림을 순찰하고 있었는데 세라니드 소령이 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순찰대들은 방한장비를 잘 갖추고 있었으며 군용개들까지 동원하여 수상쩍은 바위굴이나 토굴들을 모조리 수색했으나 일본 정보원은 없었다. 그들 또한 추위와 피로에 지쳐 있었고 데리고 간 군용개들은 얼어 죽었다. 일본 간첩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일본 정보원 호리 대위는 그 수색대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동태를 살피면서 소리없이 경비대의 뒤를 미행하고 있었다.
시베리아의 폭풍이 한차례 지나간 어느날 하오였다. 호리 대위는 정찰대들이 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폭풍으로 큰 나무가 뿌리째 뽑혀져 지면이 움푹 파인 곳에서 모닥불이 활활 타고 있었고 열명쯤되는 정찰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으며 그중에 여자가 한 사람 끼어 있었다. 여자는 모닥불 옆에 앉아 있었는데 방한 슈바(외투)에 달려있는 방한모를 벗고 화장을 하고 있었다. 세라니드 소령이었다. 피부가 눈처럼 흰 여인이었으며 눈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호리 대위는 러시아 구정부시대 때 만주 하얼빈에서 그 여자를 본 일이 있었다. 그때 그 여인은 고급바의 여급으로 있었는데 일본 관동군의 참모가 그 여인의 단골손님이었다. 호리 대위도 그 여인과 서너번 만난 적이 있었지만 그녀가 러시아의 간첩인지는 몰랐다.
호리 대위는 그 후에는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단골손님이었던 관동군 참모가 급병으로 죽었기 때문이었다. 참모는 급성 폐렴으로 죽었다지만 사인이 의심스러웠다. 세라니드에게 독살된 것 같았다. 세라니드는 호리 대위가 숨어 있는 곳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망원경의 초점에서 그녀가 차갑게 웃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세라니드 소령은 이미 호리 대위를 발견했을지도 몰랐다. 정찰대원들이 식사를 끝내고 떠났지만 세라니드 소령은 그곳에 혼자 남아 있었다. 그녀는 혼자 남아 있다가 정찰대가 멀리 사라진 다음에 일어났다. 그녀는 마치 호리 대위에게 보라는 듯이 서류 한 장을 그곳에 남겨 놓고 정찰대의 뒤를 따라갔다.
소련의 여자정보원은 또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았다. 호리 대위는 그녀가 멀리 떠난 것을 확인하고 모닥불 자리에 가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