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의 파수꾼 (9)
차보의 산림보호청에는 칸제르가 머물고 있었다. 전번 코뿔소 밀렵단을 검거한 뒤에 코네리는 칸제르에게 돌아가도 좋다고 지시했으나 그는 머물고 있었다.
칸제르는 마사이족의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었고 쉰마리나 되는 소와 여러명의 마누라를 거느리고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고 있었으나 그는 옛 보수인 코네리와 함께 밀렵단속을 하겠다고 말했다. 위험하고 고단한 그 일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의리심이 강한 그는 옛 보수인 코네리가 고독하게 차보의 사바나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
“부와나(나리), 나는 아직 일을 할 수 있어요. 부와나의 옆에 붙어 도와 드리고 싶어요. 보수 따위는 필요없어요.”
차보의 사바나를 지키려는 파수꾼이 또 있었다. 코네리는 그 거인의 손을 잡았다.
“하이 캡틴.”
다음날 아침 사무실앞에 커다란 관광버스가 정지하더니 미스 엔리가 뛰어내렸다. 미스 엔리는 코네리가 좋아하는 영국산 위스키 한병을 책상위에 놓고 말했다.
“아직도 관광안내를 하느냐고요? 그럼요.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아프리카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일은 나의 천직인걸요. 그러나 이젠 관광객들에게 원주민 아가씨들을 소개하는 짓은 하지않기로 했습니다. 관광객들에게 그런짓을 하면 성병이나 풍토병에 걸린다고 경고했더니 모두 자숙하고 있어요.”
웃는 낯에 침을 뱉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날 하오 차보 동쪽에서 살고 있는 키쿠유족 마을의 추장이 달려왔다. 마을에 군인들이 들어와 주민들을 마구 죽이고 있다는 말이었다.
캡틴 코네리는 즉시 트럭에 밀렵단속반원들을 태우고 현지로 달려갔다. 추장의 말대로였다. 마을이 피바다가 되어 있었다. 케냐에 파견된 영국군의 상사가 거느린 수십명의 군인들이 마을을 점령, 주민들을 체포하여 고문을 하고 있었고 마을 앞마당에는 대여섯명의 주민들이 시신이 되어 거적에 덮여 있었다.
“산림보안관이라고요? 마침 잘 왔소. 우리는 지금 여기서 마우마우단들을 소탕하고 있는데 협력을 해주시오.”
상사는 거만하게 명령을 내렸다.
마우마우단이란 독립운동을 하는 키쿠유족소속 과격단체였는데 총을 들고 백인들과 싸우고 있었다. 상사는 나이로비에서 백인들을 죽인 마우마우단의 일부가 차보지역으로 도망갔기 때문에 소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주민들을 묶어놓고 마우마우단이 어디에 숨어있느냐고 고문을 하고 있었다. 고문을 당한 주민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