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리뷰]1996년 강릉에서 벗어나려면

‘강릉96(전윤수 作)’ 연극 무대로 재탄생
연극 ‘아이러니’가 빚어내는 유머에 집중
증오·회한의 굴레 끊고 화해의 미래 그려

◇2026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인 ‘강릉96’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됐다. 전윤수 작가의 희곡은 손대원 연출가를 만나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사진=(사)한국연출가협회 제공

2026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인 ‘강릉96’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5일까지 이어진 ‘제35회 대한민국 신춘문예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작품은 문학의 봄, 신춘문예의 넓은 상상력과 깊은 시선을 전했다.

전윤수 작가의 희곡 ‘강릉96’은 1996년 강릉 잠수함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배경으로, 국가라는 거대한 대의를 위해 희생된 이들의 삶을 그렸다. 원망과 자책, 증오와 회한의 굴레를 끊고 화해의 미래를 그리고자 했던 작품은 손대원 연출가를 만나 연극의 색채를 입었다.

◇2026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인 ‘강릉96’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됐다. 전윤수 작가의 희곡은 손대원 연출가를 만나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사진=(사)한국연출가협회 제공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켰지만 남은 건 명예가 아닌 빈곤 뿐인 주인공 우국호의 비애는 장덕주 배우가 풀어냈다. 귀순 후 남한의 자산가로 자리 잡았지만 가슴 속 깊은 멍은 지워지지 않는 정만철의 슬픔은 최홍준 배우가 연기했다. 박대위 역의 윤범호 배우 역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난한 삶을 풀어냈다.

◇2026 강원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인 ‘강릉96’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됐다. 전윤수 작가의 희곡은 손대원 연출가를 만나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사진=(사)한국연출가협회 제공

연극은 아이러니가 빚어내는 유머에 집중했다. 과거의 적이 경비원과 입주민으로 재회하는 비극 앞에서 비장함 대신 헛웃음을 터뜨리는 쪽을 택했다.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흉터를 남긴 적과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된 단면을 풍자했다.

앞서 “인물들을 단순한 이념의 대변자가 아닌 저마다의 결핍과 상처를 지닌 실존적 개인으로 그려내고자 했다”고 밝힌 손 연출가. 60분이 채 되지 않는 한정된 시간 안에 극은 뭉툭하게 인물들의 심리를 담아내야 했지만, 그 질문 만큼은 무뎌지지 않았다.

과거의 상처와 이데올로기를 넘어 우리가 향할 곳은 어디인가? ‘이념 너머의 인간적 연대’를 투영해낸 무대는 아직도 1996년 강릉에 머무르고 있을 이들에게 이제는 삶의 다음 장을 넘기자며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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