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일 뒤인 6월 3일 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될 민선 9기 지방자치의 시간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가 커야 할 시점이지만, 한편에서는 지방재정의 효율성과 행정의 책임성에 대한 우려 역시 여전하다.
그동안 지역 곳곳에서 반복되어 온 전시성 사업 논란과 비효율적 재정 운용 사례들이 지방자치의 신뢰를 떨어뜨려 온 것도 사실이다. 민선 9기는 이러한 경험을 우선적으로 되돌아보고, 보다 합리적인 재정 운용과 실효성 중심의 정책 추진으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할 시기다.
그동안 충분한 사전 타당성 검토 없이 추진된 사업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관리 부담만 남긴 사례들은 지방행정 전반에서 되풀이돼 왔다. 강원도 내 일부 산촌생태마을 사업의 경우 상당수 시설이 활용도를 높이지 못한 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화천댐 인공어도 시설 또한 사업 취지와 달리 12년 간 가동이 중단되면서 활용 방안 마련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일부 관광·문화시설 역시 운영 수지 측면에서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사례들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공모사업 중심 행정과 성과 중심 평가 구조가 결합되며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냉정한 점검이 요구된다.
재정 운용의 효율성 역시 중요한 과제. 최근 수년간 상당 규모의 예산이 이월되거나 집행되지 못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지적되면서, 수요 예측의 정확성과 예산 편성 과정의 합리성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공공투자 사업 역시 사업성 분석과 위험관리 체계를 더욱 정교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사전 검증과 사후 평가를 강화하는 체계적 접근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방의회의 역할 또한 ‘사후 감시’를 넘어 ‘사전적 검증’으로 진화해야 한다. 집행부의 정책이 단순한 선심성 예산을 넘어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실질적 효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예산 편성 단계부터의 ‘전략적 재원 배분’과 ‘균형 있는 견제’가 필수적이다. 특히 사업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증은 의회의 본질적 책무이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재량적 예산 운용 논란을 제도적 투명성 확보와 운영 방식 전반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지방자치의 성숙은 결국 집행부와 의회가 상호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는 ‘시스템적 보완’을 통한 행정의 과학화에서 시작된다고 하겠다. 예산 편성 단계에서부터 객관적인 검증 절차를 제도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외부 전문기관의 성과 평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 활용도가 낮은 저효율 공공시설에 대해서는 관성적인 유지·관리에서 벗어나, 과감한 기능 재편이나 민관 협력 방식의 수익 모델 등 혁신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장기 방치 시설이나 폐교 등 유휴 자산을 지역의 특수한 수요에 맞춰 재설계하는 입체적인 노력도 병행돼야만 한다.
이제 도민들은 보여주기식 성과보다 실제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민선 9기의 출범은 새로운 정책을 시작하는 시점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시행착오를 정리할 기회다. 재정의 건전성과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행정 체계를 정비할 때 지방자치에 대한 신뢰도 함께 높아지는 것은 자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밀도 있는 '정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