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5극 3특 전략이 성공하려면

최태영 횡성부군수

최근 정부는 광역지방정부 간 행정통합(통합특별시)을 선택한 지역에 대해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재정지원, 공공기관 우선 이전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일극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 의지의 표현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다.

인구와 산업, 행정기능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실을 그대로 둔다면 지역의 활력은 약화되고 국가의 지속가능성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권역별 성장거점을 육성해 국가구조를 다극화하겠다는 5극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국가경쟁력은 특정 지역의 팽창이 아니라 여러 축이 균형 있게 작동될때 강화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광역 통합 지원 발표가 기초지방정부 통합 논의로까지 확대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 통합하지 않으면 정부 지원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정책의 순서가 전도된 '더 큰 지방자치 권한, 즉 특례를 확보하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논의가 선거시기와 맞물려 부각되는 모습은 정책토론이라기 보다 정치적 구호에 가까워 보일 수 있다. 행정구역 개편은 수십년의 구조를 바꾸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단기적 분위기에 기대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광역 차원의 5극 전략과 기초지방정부간 통합은 성격이 다르다. 기초지방정부는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행정 단위다. 교통, 복지, 보건, 농촌 정주 여건, 지역경제 정책은 일상과 직결된다. 행정구역의 크기를 키운다고 이러한 문제들이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통합 과정에서 행정의 중심이 도시로 이동하면 농촌과 주변 지역의 정책 우선순위가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이 모든 문제의 해법인 것처럼 제시되는 것은 현실을 과장하는 접근이다.

강원특별자치도와 같은 3특의 역할 역시 분명히 해야 한다. 특별자치는 지방자치의 심화를 위한 약속이자 모델이다. 중앙의 권한을 이양받아 지역이 스스로 규제를 완화하고 산업전략을 설계·집행하라는 것이 본래의 취지다. 그렇다면 최소한 특별법을 개정해 재정 자율권 확대, 중앙사무의 실질적 이양, 규제 특례의 구체화 등 명확한 권한을 부여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권한과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치는 형식적 제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

또한 공공기관 이전과 국가투자정책에서도 3특에 대한 실질적 배려가 필요하다. 강원은 오랜 기간 각종 규제와 개발제한 속에서 국가 정책의 부담을 감내해 온 지역이다. 대통령께서도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밝힌바 있다. 그 원칙은 선언이 아니라 정책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공공기관 이전, 전략산업 배치, 국가예산 편성에서 3특 지역이 실질적 우선 고려 대상이 될때 비로소 균형발전은 구체성을 갖는다.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은 통합 그 자체가 아니다. 중앙이 보유한 권한과 예산을 지방정부에 과감히 이양하고, 지역이 책임 있게 정책을 설계·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분권의 완성이 근본 해법이다. 5극은 국가전략으로 추진하되 기초자치는 주민의 삶을 기준으로 지켜야 한다.

통합은 선택지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행정구역이 아니라 더 강한 지방자치, 더 공정한 국가 배분이다. 5극 3특 전략이 성공하려면 그 토대는 통합의 구호가 아니라 분권과 배려, 그리고 실질적 권한 이양 위에 놓여야 한다.

고전 '중용(中庸)'에는 "중야자 천하지대본야(中也者 天下之大本也)"라 했다. 중(中), 곧 균형과 절제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뜻이다. 국가전략과 지방자치 사이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도 바로 그 '중'이다. 균형은 원칙을 지키는 절제 속에서 자란다.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