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오랫동안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중력에 이끌려 왔다. 인구·자본·기회가 서울로만 쏠리는 ‘수도권 1극 체제’는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초래했고, 이를 타파하겠다며 정부가 내세운 해법이 ‘5극 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이다. 취지 자체는 옳다. 문제는 실행의 방향이다.
정부는 최근 대구·경북 통합 등 ‘메가시티’ 형성에 속도를 내며, 통합 추진 지역에 규제 완화·대규모 재정 인센티브·공공기관 이전 우선권을 패키지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통합 인센티브’가 커질수록, 먼저 국가균형발전의 실험대로 나섰던 제주·강원·전북 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는 역설적으로 뒤로 밀리고 있다. 균형발전을 표방하며 또 다른 소외를 만드는, 명백한 역차별이다.
특별자치도는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중앙집권의 틀을 깨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부여한 제도적 지위이며, 지역 여건에 맞춘 권한·재정·규제특례로 독자적 성장경로를 만들라는 국가적 약속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정책 흐름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통합 광역권만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3특의 특수성과 선도적 노력은 주변부로 밀어낸다. 지리적·산업구조상 메가시티 형성이 어려운 지역에게 “통합하면 더 준다”는 신호는 사실상 “통합하지 못하면 덜 준다”는 통보로 들릴 뿐이다.
지난 2월 8일 일요일, 대한민국특별자치시·도 행정협의회 시·도지사들은 서울에서 휴일 긴급 회동을 열고 이 모순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국회가 2월 회기에서 ‘행정통합 특별법’만 속도를 내는 사이, ‘3특·행정수도 특별법’ 심사가 지연되며 특별자치시·도가 홀대받고 있다는 것이다. 회동에서 시·도지사들은 3특·행정수도 관련 법안의 조속한 심사·통과를 촉구하는 한편, 통합 인센티브로 거론되는 '20조원 지원'이 재원 대책 없이 추진될 경우 한정 재원이 특정 지역으로 쏠려 다른 지역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공기관 이전도 마찬가지다. ‘통합 시도 우선’ 원칙이 고착되면 알짜 공공기관은 통합 광역권이 가져가고, 다른 지역에는 ‘속 빈 강정’만 남는 최악의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종은 단층제 구조로 인한 구조적 재정 역차별 해소와 보통교부세 제도 개선을, 전북은 지위와 역할에 걸맞은 실질적 재정·권한 뒷받침을, 제주와 강원은 특례의 실효성 강화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5극·통합 논의와 별개로 3특·세종의 제도적 위상과 역할을 법·재정으로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특별자치’에 대한 범정부 로드맵과 연도별 재정투입 계획, 성과지표를 공개하고, 관계부처 공동책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공공기관 이전과 국책사업 배분 기준에 ‘인구’나 ‘통합 여부’만이 아니라, 지리적 제약·산업 기반·안보·환경·관광·접경 등 지역의 특수성과 발전단계를 반영하는 가중치와 최소보장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셋째, 통합 인센티브가 곧 3특 역차별로 전이되지 않도록, 특별자치도 특례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별도 재정패키지(교부세·특별회계·국고보조)와 규제특례 패키지를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
균형발전의 목적은 새로운 권력의 축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정부가 ‘특별’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3특의 소외를 방치한다면, 5극 3특은 균형발전이 아니라 또 다른 불균형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역차별을 멈추고, 3특이 독자적 생존권과 성장동력을 확보하도록 특단의 국가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는 ‘통합을 하면 보상’이 아니라 ‘선도적으로 특별자치를 선택한 지역을 먼저 완성’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5극이 엔진이라면 3특은 국토 전체의 균형을 잡는 밸랜서(균형추)다. 한 축이라도 흔들리면 국가전략은 무너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