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고속철도 공사장에 있던 크레인이 무너지면서 달리던 열차를 덮쳐 최소 32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난 가운데 최근 태국인 아내와 혼인신고를 마친 한국인 남성 1명이 아내와 함께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한국 외교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태국 중부 나콘라차시마주 고속철 공사장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 사망자 중 30대 후반 한국인 A씨와 그의 태국인 아내가 포함됐다.
한국과 태국을 자주 오가면서 장기간 아내와 교제해온 A씨는 최근 태국에 입국, 방콕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혼인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아내의 연고지인 동부 시사껫주로 가던 도중 참변을 당했다.
한국대사관은 한국에 있는 A씨 유족에게 사고 사실을 전달하고 이들의 태국 입국을 돕는 등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
또, 이날 희생자들이 안치된 사고 현장 인근 병원에 인력을 급파, 장례 절차 등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오전 9시 30분께 나콘라차시마주 시키오 지역의 고속철도 고가철로 공사장에서 크레인이 붕괴, 공사장 아래의 기존 철로로 떨어지면서 방콕에서 동부 우본라차타니주로 향하던 열차의 2개 객차를 덮쳤다.
구조 당국은 전날 밤까지 수색을 벌인 결과 사망자 32명, 부상자 66명을 비롯한 모든 승객·승무원의 소재가 확인됐다면서 수색을 종료했다.
사고 장소에서는 기존 철로 위에 고속열차가 다니는 고가철로를 짓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당시 크레인이 고가철로에 들어가는 콘크리트 보를 들어 올리다가 무너지면서 사고가 났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한편, 태국 내에서는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된 공사장 크레인을 관리하는 공사업체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해당 업체가 지난해 30층 빌딩 붕괴로 96명의 사망을 초래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련 업체가 맡은 다른 공사장에서 참사 하루 만인 15일(현지시간) 비슷한 크레인 붕괴 사고가 재차 발생, 2명이 숨지자 이 기업에 대한 태국 정부 반응과 국민 여론이 험악해지고 있다.
이날 AP·블룸버그 통신과 현지 매체 네이션 등에 따르면 피팟 랏차낏쁘라깐 교통부 장관은 태국국영철도(SRT)에 열차 사고가 일어난 태국 중부 나콘라차시마주 고속철 공사의 시공사인 태국 대형 건설회사 '이탈리안-태국 개발'(ITD)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과 책임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피팟 장관은 특히 건설 계약서에 '열차 운행 중에는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는데도 공사가 계속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SRT 관계자는 조사위원회를 구성, 향후 15일 안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사고 책임자들을 가려내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잣대로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문제의 공사 시공은 ITD가, 설계·건설 감독은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국가철도그룹(CR) 계열사가 각각 맡았다면서 조사가 끝날 때까지 공사를 중단시켰다고 했다.
SRT는 이번 참사에 따른 철도 측 재산피해를 1억 밧(약 47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우선 시공사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아누뽕 숙솜닛 나콘라차시마주 주지사는 "현장 구석구석을 철저히 수색한 결과 매몰되거나 실종된 사람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잔해를 제거하고 선로를 복구해 국민들이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SRT에 현장을 인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ITD가 지난해 3월 28일 미얀마 강진 당시 방콕에서 무너져 건설 노동자 등 96명의 사망을 초래한 30층 높이 감사원 신청사 건물의 공사도 담당했다는 점에서 현지에서는 ITD에 분노하고 있다.
당시 지진 진앙에서 1천㎞ 이상 떨어진 방콕 시내에서 붕괴한 건물이 유일하게 이 빌딩뿐이었던 데다가 중국 기업의 저질 강철 등 부실 자재가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지탄 대상이 된 바 있다.
태국 당국은 빌딩 설계·시공에 결함이 있었다고 보고 ITD의 대표와 설계 담당자·기술자 등 총 22명을 기소했지만, 아직 재판이 열리기 전이다.
또 미얀마 강진 약 2주 전인 지난해 3월 15일에도 방콕 남서부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건설 중이던 콘크리트 들보가 무너져 최소 5명이 숨졌는데 이 공사도 ITD가 맡았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9시께 방콕 인근 사뭇사콘주에서 ITD가 공사 중인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또 크레인이 붕괴, 민간인 차량 2대를 덮쳐 2명이 숨졌다고 현지 경찰 당국이 밝혔다.
피팟 장관은 이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면서 조사를 지시했다.
전날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이런 사고가 매우 잦다"면서 당국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누틴 총리는 "이전 사고에도 연루된 업체가 이번 사고에도 관련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반복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건설업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