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2026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마트료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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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영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열 달 동안이나

엄마 속에 있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엄마를 모른다

그런데 엄마는

고작 열 달 동안 안고 있었음에도

나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다

막연,

그렇게 막연은 배운 것 같다

세상이 천애(天涯)의 무인도 같을 때도

엄마가 목선 한 척 노 저어

내게로 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그 믿음은 늘 편도여서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지 내가 다가간 기억은 없다

없는 곳이 없는 엄마,

나는 늘 그 엄마의 가없는 믿음이었지만

한 번도 그 믿음, 되돌려준 적이 없었다

인형 속에 똑같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 마트료시카

몇 겹의 엄마를 벗기고 벗겨 나를,

막연한 나를 두었다

엄마 속엔 늘 엄마와 똑같은 엄마가 겹겹이 들어 있었지만

나는 늘 그렇게 홑겹이었다

엄마는 엄마 속에 엄마를 숨겨놓고

혹시나 그 엄마 닳아 없어질까,

내어 줄 엄마가 다 떨어질까 전전긍긍했다

나는 지금껏 도대체

몇 명의 그 엄마를 우려먹고 살아온 것일까

엄마를 떼어낸 내 몸의 흉터들

어느 날 문득 그 흉터가

저릿저릿 저려온다

지금은 아무리 엄마를 열어 보아도

엄마 속엔 거듭된 손길의

그 엄마가 없다

*마트료시카 : 나무로 만든 러시아의 전통적인 인형으로 안에 작은 인형이 몇 개씩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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