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달 동안이나
엄마 속에 있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엄마를 모른다
그런데 엄마는
고작 열 달 동안 안고 있었음에도
나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다
막연,
그렇게 막연은 배운 것 같다
세상이 천애(天涯)의 무인도 같을 때도
엄마가 목선 한 척 노 저어
내게로 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그 믿음은 늘 편도여서
무작정 기다리기만 했지 내가 다가간 기억은 없다
없는 곳이 없는 엄마,
나는 늘 그 엄마의 가없는 믿음이었지만
한 번도 그 믿음, 되돌려준 적이 없었다
인형 속에 똑같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 마트료시카
몇 겹의 엄마를 벗기고 벗겨 나를,
막연한 나를 두었다
엄마 속엔 늘 엄마와 똑같은 엄마가 겹겹이 들어 있었지만
나는 늘 그렇게 홑겹이었다
엄마는 엄마 속에 엄마를 숨겨놓고
혹시나 그 엄마 닳아 없어질까,
내어 줄 엄마가 다 떨어질까 전전긍긍했다
나는 지금껏 도대체
몇 명의 그 엄마를 우려먹고 살아온 것일까
엄마를 떼어낸 내 몸의 흉터들
어느 날 문득 그 흉터가
저릿저릿 저려온다
지금은 아무리 엄마를 열어 보아도
엄마 속엔 거듭된 손길의
그 엄마가 없다
*마트료시카 : 나무로 만든 러시아의 전통적인 인형으로 안에 작은 인형이 몇 개씩 들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