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경찰과 도둑' 단체방이 개설됐다. 모집인원 30명이라는 공지가 뜬 뒤 불과 10여분만에 마감 표시가 떴다.
SNS가 이제는 물건뿐 아니라 '함께 놀 사람'까지 이어준 셈이다.
공지에 게시된 약속 시간인 지난 29일 오후 7시 춘천 공지천 의암공원에 23명이 둥글게 모였다.
닉네임으로 서로를 확인하던 중 누군가 “진짜 오는 사람 있을까 했는데”라고 말하며 웃자 이내 분위기가 풀렸다.
곧바로 ‘경찰과 도둑’ 술래잡기가 시작됐다. 이 순간 만큼은 서로의 나이도 직업도 중요하지 않았다. 다들 운동장에서 모두 친구가 됐던 어린시절로 돌아가 한바탕 뛰어놀았다.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로 알지도 못하는 10대~20대 남녀가 한밤중 공원에 모여 2시간 가량 술래잡기를 벌이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였다. 참가자들은 고교생, 취업 준비생, 대학생, 직장인 까지 다양했다.
취업준비생 오서영(25)씨는 “요즘은 여가를 즐기려면 필수적으로 돈이 드는데 여기서는 체력과 친구들만 있으면 마음껏 놀 수 있어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했다.
직장인 황모(29)씨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던 원초적인 도파민”이라며 “사회생활에 젖어 있는 직장인들이 함께 나와 환기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