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출신 유인규 시인이 디카시·디카시조집 ‘동쪽 달에 비친 두루미’를 펴냈다. 자신이 찍은 사진 위에 짧은 시구를 얹는 디카시, 그 중에서도 운율과 전통미를 함께 품은 디카시조라는 형식 안에서, 시인은 “두루미는 나에게 자연의 시이며 세상의 시조”라고 말하며 철원평야를 노니는 두루미의 노래를 포착했다. 시인의 발걸음이 머물렀던 곳은 겨울이면 눈과 얼음 위에 그림자를 떨어뜨리는 철원평야였다. 유장하게 흐르는 한탄강의 물결, 그 물줄기를 가로지르며 낙하하는 직탕폭포의 포말, 그리고 그 속을 유영하는 두루미 떼의 잔영. 유시인은 그 모든 찰나를 멈춰 세우듯 사진으로 포착했고, 사진 안의 침묵에 귀를 기울였다. 이 시집은 강원도의 풍경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교감한 순간들에 대한 ‘언어의 기록’이다. 사진과 시가 병치된 페이지마다, 두루미는 ‘경계’에 선 존재이자, 자연의 질서를 상기시키는 징조로 등장한다. 때로는 평화의 메신저로, 때로는 과거의 결을 어루만지며 침묵의 시간 속을 걷는 존재로 다가온다. 유시인은 “한 장의 사진 속에도 그들의 노래가 스며 있었고, 그 노래는 언어가 되어 디카시와 디카시조로 피어났다”며 “이 시집이 독자에게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는 여유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원 刊. 122쪽. 2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