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광부의 날’ 제정 법안이 12월 2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폐특법’ 개정 법안에 ‘폐광지역’이란 용어를 미래지향적인 ‘석탄산업전환지역’으로 변경하고, 6월 29일을 ‘광부의 날’ 명칭의 법정기념일로 하는 법안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이다.
광부는 ‘가장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는 노동자란 상징성을 가진 직업이다. 이는 세계적인 탄광 사고 역사에서도 증명된 사실이다. 프랑스 코리에르 탄광에서 1906년 3월 10일 폭발사고로 1,099명이 사망했다. 일본에서는 1914년 12월에 687명이, 1963년 11월엔 가스폭발 사고로 458명이 사망했다.
역대 세계 최대 광산 참사로 기록된 중국 번시탄광에서는 1942년 4월 폭발사고로 1,500명 이상 사망했고, 터키에서는 2014년 5월 폭발·화재 사고로 301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4월 14일 정선군 함백광업소에서 화약 폭발사고로 26명이 사망했고, 그해 10월 27일엔 문경시 은성광업소에서 갱내 화재 사고로 44명이 떼죽음을 당했다.
증산보국(增産報國) 구호를 앞세웠던 1970년대엔 탄광 사고로 연평균 200~23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중경상자도 4,000여 명 규모로 매년 발생하였다. 이게 전쟁터지 어찌 일터라 할 수 있는가? ‘산업전사’란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님을 알 수 있는 참혹한 핏빛 노동의 역사이다.
탄광의 아픈 상처는 여기에서 끝난 게 아니다. ‘방진마스크’도 ‘살수장치’도 없는 열악한 작업환경의 갱도 안에서 10년~20년 장기간 일한 광부들은 진폐증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진폐는 3만 명이나 되는 대한민국 최대 직업병 집단이다. 한때는 363여 개 탄광에서 6만여 명 광부들이 일했지만, 현재는 삼척시 도계읍의 ’경동탄광‘ 하나만 남고 모두 폐광하였다. 탄광도 광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이젠 불치병을 앓는 진폐재해자만 남았다. 그런 차에 지난 세월 광부들의 헌신과 피땀 흘린 노동의 역사를 기리고 재조명하는 ‘광부의 날’ 제정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다.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 나와 직접 관련이 없다면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는 게 인심이다. 그렇지만 한 시절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친 석탄산업의 역사를 연탄재 차버리듯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 국내 유일 에너지 자원인 석탄을 캐느라 저승사자와 싸우며 일한 광부들의 수고와 피땀의 무게는 절대 가볍지 않다. 이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검은 영웅들’이 아닌가?
지난날 강원 경제를 이끌었고,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주춧돌은 놓았던 산업전사 광부들. 이들의 헌신과 희생, 그리고 피땀의 역사를 기리고 추모하는 425억원 규모의 ‘산업전사성역화사업’과 ‘광부의 날’ 제정은 그래서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이 두 가지는 지역 실정과 민심을 잘 아는 이철규 국회의원의 정치적 힘과 애착이 아니었으면 해결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정 지역의 문제라며 일부 동료의원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당위성을 내세워 예산을 확보하고 끈질기게 매달려 법 개정 성과를 거두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이참에 숨은 이야기 하나를 알리려 한다. ‘성역화사업’과 ‘광부의 날’을 처음 제안하고 주춧돌을 놓은 사람은 한국진폐재해재가환자협회 황상덕 회장이다. 황 회장이 처음 이 일을 추진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 한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끈기 있게 뚝심으로 밀어붙여 지역 여론을 확산시키고 국회마저 움직인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
태백시는 전국 제일 탄광도시란 자부심과 정체성을 가진 곳이다. ‘성역화사업’과 ‘광부의 날’ 제정은 태백시민 모두가 큰 자부심으로 환영할 일이다. 그런 만큼 정치적,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앞장서 수고한 사람들에게 칭찬과 응원의 박수를 보냈으면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란 말도 있지 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