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법정칼럼]소액재판과 본인소송

신일성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판사

민사소송 중 3,000만원 이하의 금전 등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제1심 사건은 소액사건으로 분류된다. 소액사건의 편리하고 신속한 처리를 위하여 소액사건심판법에서는 여러 가지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방법원 및 지원 외에 각 시·군에 설치된 시·군법원에서도 그 관할의 소액사건을 담당하여 지역 주민의 소송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소액사건 중에는 소가가 100만원 또는 200만원인 사건도 많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소액재판의 당사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채 직접 법정에 출석하여 변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소액재판이 본인소송으로 이루어질 경우, 당사자들은 법관 앞에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한다. 이에 따라 당사자들은 법정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고, 그곳에서의 경험이 법원의 전반적인 이미지로 남게 된다. 만약 소액재판에서 법관이 지나치게 고압적이거나 단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이를 경험한 당사자는 법정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그렇게 기억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소액재판의 소가가 상대적으로 적기는 하지만, 분쟁으로 인하여 법정까지 오게 된 사건이므로, 당사자 본인에게는 그 사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소액재판에 임하는 법관의 마음은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무겁다.

소액재판의 사건 하나하나에 할당할 수 있는 시간은 비교적 많지 않다. 소액사건은 일반적으로 처리하여야 할 사건의 수가 많기 때문에, 10분의 시간에 서너 개의 변론이 잡히기도 한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 개의 변론에 2.5~3.3분의 시간이 할당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은 당사자가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당사자들은 법정에서 사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싶어 하고, 법관이 이를 경청하다 보면 어느새 한 개의 변론을 진행하는 동안 10분이 훌쩍 지나가게 된다.

소액재판은 변론기일이 촘촘하게 잡혀 있기 때문에, 앞 사건에서 10분이 지연되면 뒤의 모든 사건들이 지연되게 된다. 10분이 지연된 사건이 세 개가 누적되면 총 30분이 지연되게 되고, 법정의 방청석에는 어느덧 사람들이 가득 차게 된다. 방청석에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법관의 시간 관리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그러다 보면 당사자가 법정 안에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정상 이를 현장에서 모두 듣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어떤 사건은 당사자가 오랜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변론이 비교적 짧게 진행되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소아과에서의 진료가 떠오른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 소아과를 자주 가는데, 앞에서 몇몇 진료가 오래 걸리게 되면 뒷사람들이 모두 밀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도 막상 진료는 금방 끝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의사 선생님께 더 상황 설명을 하거나 묻고 싶은 말이 있다가도, 바빠 보이는 병원의 분위기 때문에 묻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아마 소액재판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리고도 짧게 변론이 진행된 당사자들의 심정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당사자들은 이미 구체적 내용이 기재된 준비서면을 냈다고 하더라도 이를 법관 앞에서 설명하고 싶어 하고, 법관이 이를 경청해주길 바란다. 당사자가 법원에 대하여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소액재판의 중요성을 되새겨 본다.

강원의 역사展

이코노미 플러스

강원일보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