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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다시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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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로 1.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상징, 청와대가 있는 곳이다.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집무실은 물론 퇴근 후 가족들과 생활할 수 있는 관저 역시 이곳에 있다. 대통령을 수행해 일하는 1,000여명의 비서진과 공무원들의 일터이기도 하다. ▼청와대를 둘러싼 풍수지리학적 해석은 분분하다. 국가기록원은 청와대를 소개하는 공식 홈페이지에 “예로부터 청와대 일원이 명당에 속했다”는 설명을 붙였다. “북으로는 북악산을 주산으로 좌청룡 낙산(駱山), 우백호 인왕산(仁王山), 안산(案山)인 남산이 있으며 명당수인 청계천이 동쪽으로 흐르고 한강이 동에서 서로 흘러가는 매우 길한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1990년, 청와대 경내에서 발견된 화강암벽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거론된다. 암벽에는 이곳이 천하제일의 명당이라는 뜻의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청와대 터가 흉지(凶地)라는 설도 끊이지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풍수지리를 고려해 서쪽을 향하던 현관을 남향으로 바꿨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옛 본관을 100m가량 옮겨 집무실과 관저를 분리했다.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사실상 청와대 흉지설을 공론화했다. 그는 “청와대 터는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터가 아니라 죽은 영혼들의 영주처이거나 신의 거처”라고 주장했다. 공간의 비효율성까지 거론되면서 청와대 이전이 추진됐고, 결국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 발표하면서 2022년 5월10일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했다.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린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청와대로 돌아간다. 이재명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8일부터 용산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한다. 이곳에서 어떤 역사를 써 내려갈지는 돌아가는 이들의 몫이다. 아무리 강력한 운명과 기운이 앞을 가로막더라도, 대한민국의 불행한 정치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를 초월한 의지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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