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엔지니어, 직원들이 살 수 있는 생활 환경부터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대만 ITRI(공업기술연구원)에서 분사(Spin-off)한 터치 솔루션의 카뮈 수 CSO(최고 전략책임자)가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강원자치도에 건네는 조언이다.
지난 9월 ITRI 관계자의 소개로 대만 현지 사무실에서 만난 수 CSO는 "대만의 신주과학단지도 초창기 직원들이 사는 곳을 편리하고도 아름답게 해줬다. '내가 시골에 살고 있지 않구나'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주의 장점은 칭화대, 양밍자오퉁대라는 두 대학교가 있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나서도 '내가 이 지역에서 일하면 고급스러워 보인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지역을 떠나지 않게 된다. 그런 인재 유치 전략도 고민해보길 바란다"라는 현실적 조언도 건넸다.
ITRI 연구원 출신인 그는 2009년 ITRI에서 기계, 전자 등 다른 분야의 여섯 연구자와 함께 로봇이 인간의 피부 감각처럼 반응하도록 하는 기술(Tactile Sensing)을 개발했다.
그는 "그때는 대만에 로봇 팔이 거의 없었다. 우리는 언젠가 로봇이 사람 곁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7년 ITRI에서 독립 후 기술을 다듬어 2020년 현재의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24명의 직원을 고용, 로봇 관련된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핵심 기술은 로봇의 겉면을 감싸는 부드러운 커버에 센서를 내장해, 사람이나 사물이 닿으면 즉시 감지하고 멈추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과거엔 위험하다는 이유로 로봇 설비를 모두 막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로봇이 사람 옆에서 같이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센서가 없는 시절엔 부딪히거나 다칠까봐 로봇의 동작 속도를 늦췄지만 이젠 속도가 약 세 배 빨라졌다"고 했다. 시연 장면을 보여주며 "이제는 사람과 로봇이 친구처럼 어깨동무할 수도 있다"며 웃었다.
이 회사의 성장 뒤에는 ITRI와의 긴밀한 협력 구조도 있다. 창업 전에는 연구원의 연구개발 예산으로 기술을 개발했고, 회사는 이제 연구원에 기술 로열티를 지급한다. 또 회사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연구원이 기술 개발을 맡고, 연구원이 기술을 제시하면 회사가 생산하기도 하는 협업을 이어간다.
수 CSO는 "학교와 협력하면 이론과 인재 양성이 중심이지만 연구원과 함께하면 곧바로 상품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대만에도 중소기업이 많지만 같은 분야의 두 기업이 경쟁하면 연구원이 특화 방향을 조언해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기도 한다"고 전했다. 대만 타이베이=이현정기자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