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원주의 두 번째 심장’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과학은 늘 조용히, 그러나 가장 깊숙이 문명을 바꾼다. 원주에 들어선 ‘국립강원전문과학관’은 그 조용한 혁명의 새 터전이다. 의료와 생명과학, 두 분야의 전문 국립과학관으로선 전국 첫 사례다. 하지만 ‘첫 번째’라는 수식어보다 중요한 건 ‘두 번째 심장’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행정과 산업의 맥박에 더해 과학의 맥박이 고동칠 때, 도시의 생명력은 비로소 완성된다. 과학관이 원주의 공기 속에,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드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개관의 순간일 것이다. ▼ 옛사람은 “궁즉통(窮則通)”이라 했다. 막히면 뚫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산업의 한계를 느낄 때 길은 늘 새로운 영역에서 열린다. 원주는 이미 의료기기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지만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를 드러낸다. 이때 과학관은 그 벽을 넘어설 관문이 된다.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실험과 연구, 창업으로 이어지는 ‘산·학·연의 통섭지’로 기능할 수 있다면 원주는 기술 도시를 넘어 ‘과학문화 도시’로 진화한다. 과학이 산업을 설명하는 단계에서, 산업이 과학을 재생산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사람’이다. 과학관의 진정한 주인은 연구자가 아니라 시민이다. 화려한 전시와 거대한 설비가 아닌,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은 실험과 이야기가 과학을 일상으로 끌어온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과학관, 청소년이 미래를 설계하는 실험실, 연구자가 강단을 내려와 지역과 숨을 맞추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과학이 권위의 언어에서 생활의 언어로 옮겨올 때, 그곳은 더 이상 기관이 아니라 문화가 된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며 문명의 불씨를 지폈다. 잠시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라, 서서히 번져가는 불길로서 지역의 미래를 데운다면 원주는 다시 태어난다. 과학관이 단순한 건물이 아닌, 도시의 ‘두 번째 심장’으로 뛰기 시작할 때다. 지금 필요한 건 개관식의 박수가 아니라, 일상의 숨결 속에서 과학이 살아 숨 쉬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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