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의 사상서 ‘한비자(韓非子)’에는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입으로는 꿀처럼 달콤한 말을 하지만, 그 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겉으로는 온화하지만 내면에는 위험을 감춘 존재의 이중성을 경계하라는 교훈이다.
인간관계에만 적용되는 말인 것 같지만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 보면, 세상 모든 편리함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소방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전기장판과 난로, 히터, 보일러 등의 불빛은 겨울의 차가움을 녹여주는 가장 따뜻한 존재이지만, 그 관리가 소홀해지는 순간 언제든 흉기로 변한다.
이렇듯 불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지만, 그 불이 통제 밖으로 벗어나는 순간 모든 것을 앗아가는 재앙이 된다. 달콤한 편리함 뒤에는 늘 위험이 함께 숨 쉬고 있고, 그 경계선 위에 우리의 안전이 놓여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소방의 관점에서 보면 ‘구밀복검’은 인간관계의 교훈을 넘어 ‘일상 속 안전’의 본질을 일깨워 준다. 기온이 내려가고 난방기구 사용이 늘어나는 지금이야말로 불의 편리함을 누리되, 그 이면의 위험을 경계해야 할 시기다. 전기장판 위에 이불을 덮거나, 콘센트를 여러 개 이어 꽂는 문어발식 사용, 먼지가 쌓인 멀티탭을 방치하는 습관은 모두 불씨가 된다.
최근에는 휴대용 선풍기, 보조배터리, 전동킥보드, 무선청소기 등 리튬이온배터리 제품에서 발생한 화재가 크게 늘고 있다. 배터리를 충전한 채 장시간 방치하거나, 불량 충전기 사용은 작은 스파크로도 큰 화재로 이어져 한 순간에 보금자리와 생명을 동시에 잃게 한다.
불은 언제나 제자리에서 빛을 내지만, 우리가 선을 넘는 순간 그 빛은 칼날이 되어 우리를 겨눈다.
화재예방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경계하고 하나의 스위치를 켜기 전에 그리고 하나의 불씨를 다루기 전에는 ‘혹시 위험하지는 않을까?’라는 의문을 스스로 묻는 습관이 안전을 만든다.
이 경계심은 가정뿐 아니라 사업장과 점포, 사무실 등 모든 생활공간에서도 필요하다. 난방기기 주변의 가연물을 치우고, 퇴근 전 전원을 차단하며, 소화기와 비상구를 항상 확보해 두는 기본이 화재로부터 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장치다. 특히 리튬배터리를 다루는 공장이나 물류창고, 전자제품 보관시설 등에서는 충전기 주변 통풍을 확보하고 불량 배터리 분리보관, 충전 중 방치 금지 등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공동주택 세대별 소방시설 자율점검을 통해 각 세대의 감지기, 소화기, 유도등 등 주요 안전시설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입주민이 직접 점검하고 결과를 제출하는 이 제도는 제재가 아닌‘스스로 지키는 안전’의 첫걸음이다.
강원도소방본부는 다가오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겨울철 화재예방대책을 본격 추진하며, 도내 전 지역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화재취약시설 중심의 예방활동을 강화한다. 또한 자율안전점검을 통한 안전문화 확산과 현장대응훈련을 병행해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도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겨울나기에 주력한다.
하지만 진짜 안전은 제도나 장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모든 시작은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비롯된다. 편리함을 누리되 경계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구밀복검’이 오늘날 우리의 안전을 위해 남긴 또 다른 교훈이다.
따뜻한 불빛 속에도 칼날이 숨어 있음을 아는 지혜, 그 경계심이 바로 화재를 막는 첫 번째 소화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