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을 받은 뒤 이를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법원의 영장 심사를 포기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전씨는 전날 밤 변호인을 통해 특검팀에 영장실질심사 참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전씨 측은 "본인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초를 겪는 상황을 견딜 수 없고, 당연히 본인도 잘못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구속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전씨는 영장실질심사에는 출석하지 않았지만 일단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웨스트빌딩에 마련된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했다.
통상 구속영장 심사를 위해선 피의자를 구인해서 심문 법정으로 데려가게 된다.
체포 피의자의 경우 바로 구인하게 되고, 미체포 피의자의 경우에도 심문기일에 임의(자유로운 의사)로 출석할 것이 기대되는 경우일지라도 신병을 확보하고 구속 결정시 구금을 위한 구속영장(통상의 구속영장) 집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구인영장을 원칙적으로 발부한다.
전씨는 미체포 피의자 신분이다.
통상 영장심사가 이뤄지고 나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피의자가 검찰청사에 대기하는 것을 포함한 인치 개념으로 머무르게 된다. 인치 후에는 장소 이동을 금하는 차원에서 법원에 유치해놓게 된다. 법원 심문장소 대기실 등이다. 구속영장이 집행되거나 집행을 위해 신병을 인도할 때까지 유치하게 된다.
오전 8시 54분께 특검팀 사무실에 도착한 전씨는 '구속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건지', '통일교 청탁 알선 혐의를 인정하는지', 본인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초를 겪는다는 건 김 여사를 말하는 건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영장실질심사는 구속 여부에 앞서 피의자의 법관 대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절차로, 심사 포기는 판사 앞에서 대면심사로 혐의에 관해 소명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제출한 수사 기록과 증거 자료 등을 토대로 신병 확보의 필요성을 판단해 구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과는 이날 오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특검팀은 지난 19일 전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씨는 2022년 4∼8월께 통일교 측으로부터 '김건희 여사 선물용'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과 교단 현안 청탁을 받은 후 이를 김 여사에게 전달해준 혐의를 받는다.
청탁 내용에는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사업 지원, 통일교의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거론됐다.
전씨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구속기소)씨로부터 물품과 청탁성 요구를 받은 적은 있지만 이를 김 여사에게 전달하진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전씨는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유력자로부터 기도비 명목의 돈을 받고 공천 관련 청탁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에게 전달해줬다는 의혹도 받는다.
전씨와 윤씨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권성동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팀은 전씨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보강 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이후 조사 경과 여하에 따라 이미 구속된 김 여사와 대질신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통상적으로는 한쪽이 혐의를 시인할 경우 양측 간 엇갈리는 진술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대질조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한편, 특검팀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증거은닉 혐의로 설계 용역업체 사무실과 직원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윤석열 정부가 양평고속도로 종점을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바꿔 특혜를 주려 했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14일 국토교통부와 용역업체를 한 차례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겸 삼부토건 부회장)에 대해 국가수사본부에 긴급 공개수배를 요청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그림자 실세'로 지목된 이기훈 부회장은 지난달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한 뒤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