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 부론면 노림리 마을 주민들에게 수호신으로 불렸던 310살의 느티나무가 고사됐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최근 원주시 부론면 노림리 314-1에 위치한 보호수 느티나무(강원-원주-64) 지정해제를 고시했다. 1982년 11월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는 수령 310년, 높이 19m, 둘레 3.1m 규모로 과거 그늘 밑 정자가 설치된 덕분에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냈다. 고사 원인은 생육 환경 변화와 복토 때문으로 확인됐으며, 현재는 베어져 밑동만 남은 상태다.
노림리는 조선 명조 7년 실학자인 구암 한백겸이 태어난 곳이다. 한백겸이 노국에서 나무를 가져와 심었고, 일대에 숲을 이루어 노림(魯林)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6·25전쟁 후 토지개량 등으로 일부만 남게 됐고, 이번에 고사된 보호수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주민들은 2016년부터 인근 산업단지 확·포장공사와 오가는 대형차량으로 인해 나무가 죽어갔다는 주장하고 있다. 당시 도로공사로 인해 뿌리가 훼손된 데 이어 가지치기, 대형차량 통행으로 지반이 흔들리면서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턱 없이 부족한 보호수 관리 예산도 한몫 했다는 주장도 있다. 원주에는 보호수 130그루가 존재한다. 올해 예산은 도·시 매칭으로 6,000만원이지만, 1년에 15그루 정도만 관리할 수 있다.
주민 김모(76)씨는 “역사적 가치가 있음에도 안일한 행정 탓에 많은 추억이 깃든 나무가 죽게 됐다”며 “후손들에게 수백년간 장대했던 거목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도 관계자는 “보호수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하부 공동현상 탓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과거 공사가 주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