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영동 지역은 유례없는 가뭄과 폭염이 동시에 찾아오며 주민 생활과 지역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강릉시의 6월 강우량은 평년 대비 84%나 감소해 18.6㎜에 불과했고, 저수지 저수율은 30% 초반까지 떨어졌다. 양양, 고성 등지에서는 급수대란 우려와 함께 농작물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선군 일부 마을은 이미 취수원이 고갈돼 운반급수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가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올해는 이른 시기부터 ‘쌍고기압’에 의한 열돔 현상까지 겹치며 체감온도는 더욱 높아졌다. 밤낮없이 이어지는 고온 현상에, 고령층과 농어촌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에 최근 강원특별자치도는 도내 18개 시군과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가뭄·폭염 대응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도는 114억 원 규모의 가뭄 대책사업을 조기 완료하고, 비상용수원 개발과 재해 저감사업 발굴, 기관 간 협업체계 구축을 통해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강릉시는 남대천 상류에 임시 취수보를 설치해 하루 1만8,000톤의 농업용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범시민 절수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양양군은 농업용수 공급과 취약계층 보호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고성군도 농업재해대책 상황실을 가동하는 등 가뭄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저수지 저수율이 30%대에 머무는 현실에서, 이러한 임시방편만으로는 근본적 위기 극복이 어렵다.
이제는 다음과 같은 중장기 대책이 절실하다.
첫째, 물관리 시스템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영동지역은 지형적 특성상 물 저장 능력이 낮고 강수량 편차가 크다. 따라서 물을 저장하고 관리하는 담수 능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지하댐 건설, 취수보와 저수지 확대, 대체수원 확보, 물가두기 사방댐 조성, 해수 담수화 등 근본적 인프라 투자가 중요하다. 특히 강릉·동해·속초 등 주요 도시의 상수원 다변화와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둘째,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강화가 요구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상시화되는 만큼, 과거의 물 관리 기준과 대응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농업용수 배분 기준 조정, 가뭄 보험 활성화, 기상 예측 정보의 실시간 제공 등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폭염 취약계층 보호 대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냉방비 지원, 무더위 쉼터 확대, 에어컨 설치 지원 등 실질적 복지 정책이 더욱 확대되어야 하며, 특히 고령층과 농어촌 주민 등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중요하다. 여름철 건강 취약계층을 위한 이동진료, 방문간호 서비스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넷째, 주민 참여와 절수 운동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모든 주민이 물 절약에 동참할 수 있도록 범시민 캠페인과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며, 물 사용량이 많은 피서철에는 더욱 강력한 절수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지역경제와 생태계 보전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가뭄과 폭염에 취약한 농업, 축산업, 수산업 등 1차 산업의 구조 전환과 스마트팜, 물 절약형 작물 도입 등 미래지향적 농업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산림·하천 등 자연생태계의 복원과 보전을 통해 지역의 기후적응력을 높여야 한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는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영동지역의 가뭄과 폭염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생존과 지역경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응책 마련에 사회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 지역사회, 행정, 중앙정부가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