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강원자치도를 제주와 함께 ‘대한민국 관광수도’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은 강원자치도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대한 발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문화 자원을 보유한 도는 잠재력 면에서 이미 국내 최상위권 관광지다. 그러나 관광수도라는 타이틀은 단순한 수식어나 구호만으로 실현될 수 없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낙후된 관광 인프라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다. 가장 먼저 교통 접근성 문제부터 짚어야 한다. 수도권과 강원을 잇는 철도망은 여전히 불충분하다. 특히 용문~홍천 광역철도는 강원 내륙의 관광 활성화와 균형발전 측면에서 중요 기반시설임에도 표류 중이다. 해당 노선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방 경제 부흥을 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수단이다. 정부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강릉 KTX 역시 강원도 전체를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 강릉을 중심으로 한 일부 동해안 지역에만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관광객의 도내 이동 편의성을 보장할 수 없다. 중부 내륙과 접경지까지 철도 및 도로망을 촘촘히 이어 교통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항공 인프라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양양국제공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는 관광수도에 어울리지 않는다. 국제선 유치와 더불어 국내선 다변화, 환승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관광객의 유입 통로를 다각화해야 한다. 숙박 및 편의시설의 질적 전환도 다급하다. 도 전역에는 다양한 자연과 문화 명소가 분포해 있으나 고급 숙박시설은 특정 지역에만 편중돼 있고,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할 만한 리조트나 체험형 숙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도내 숙박업체들의 현대화와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지방정부 차원의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민간의 자생적 혁신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콘텐츠 개발과 서비스 인력 양성은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또 다른 축이다.
도는 동해안 해양레저, DMZ 평화관광, 평창의 스포츠 유산, 강릉의 전통문화와 커피산업 등 경쟁력 있는 관광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체험형 프로그램은 아직 미진한 수준이다. 관광을 ‘방문’이 아닌 ‘경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패키지 개발과 이를 운영할 전문 가이드 육성이 병행돼야 한다. 도내 각 도시 간 연계와 통합 마케팅 전략도 간과할 수 없다. 춘천, 원주, 강릉, 속초, 동해 등은 각각 고유한 관광 자원을 지니고 있음에도 개별적인 홍보와 운영에 머무르며 상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 전체를 하나의 광역 관광벨트로 묶는 ‘강원권 광역 관광권역’ 구축이 급선무다. 통합 브랜드를 개발하고, 일관된 마케팅 전략을 통해 국내외 관광객에게 도 전체의 매력을 체계적으로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