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는 땅 위를 걷는 시간이다. 사람이 줄면 마을이 숨을 멈춘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지금 그렇다. 출생은 줄고 죽음은 늘며, 사람들은 짐을 싸 떠나고 있다. 1분기 출생아 수는 1,718명, 사망자는 4,121명. 산 자보다 간 자가 두 배 이상 많다. 자연 감소만 2,403명이다. 이동까지 더하면 더 참담하다. 4월 한 달간만 해도 258명이 더 나갔다. 이쯤 되면 수치가 아니라 신호다. 사라지는 삶의 낌새다. ▼옛 문헌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강원도는 산이 깊고 물이 맑아 사람의 성정이 곧고 순하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산이 벽이 되고, 그 물이 경계가 됐다.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는 고장은 기억되지 않는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 수 있으나, 강원도에선 진행형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처럼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금 흐름이 기회일 리는 없다. 흐름은 바꿔야 할 대상이지 받아들일 운명이 아니다. ▼출생아 수 감소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학교의 폐쇄, 시장의 소멸, 공동체의 와해를 뜻한다. 노인만 남은 마을에선 굴뚝 연기 대신 침묵이 피어난다. 반면 청년들은 빠져나간다. 고용은 없고, 교육은 좁으며, 미래는 불투명하다. 강원도가 매력 없는 땅이 된 것이 아니다. 선택의 조건이 박한 것이다. 결국 사람을 붙잡지 못하는 땅은 투자도, 정책도, 문화도 잘되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 “왜 떠나는가” 묻는 건 의미가 없다. “왜 머물러야 하는가”를 되물어야 한다. ▼강원도는 사라지고 있다. 천천히, 그러나 명확하게. 인구 절벽은 미래를 삼킨다. 지금은 수치로 읽히지만, 머지않아 일상의 풍경으로 다가올 것이다. 빈집이 늘고, 폐교가 이어지고, 버스는 멈출 것이다. 수치는 정책의 언어지만, 사람은 삶의 언어다.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놓아야 할 때다. 인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머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무너지는 절벽 앞에선 발을 굳게 디디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