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춘추칼럼] AI+X 시대의 새로운 도전

오덕성 우송대 총장

◇오덕성 우송대 총장

얼마 전 영국의 세계적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 THE)가 주최한 아시아대학 총장 컨퍼런스에서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우송대의 국제화 전략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더불어 그 자리를 통해 아시아 유수의 대학 총장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고등교육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었다. 총장들은 공통적으로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제적인 대학평가의 중요성과 AI를 고등교육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마지막 날 발표된 아시아 10대 대학의 순위는 필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우리나라의 주요 대학이 당연히 순위에 포함될 것이라 기대하며 자리를 지켰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발표된 10개 대학 중 무려 7개 대학이 중국 대학이었고, 특히 중국의 저장대학교(Zhejiang University)의 성장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저장대학교의 성공 배경에는 AI를 기반으로 한 융합교육 ‘AI+X’에 있었다. 교양대학에서 인문학적인 소양 교육을 받듯이 학생들의 AI 기초 소양 교육을 의무화하였고, 이를 각 전공 분야와 융합하여 고등교육 전반에 녹여냈다. 이러한 AI 기반 교육 혁신을 바탕으로 학업이 연구, 창업 등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저장대학이 중국의 혁신대학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특별한 교육과정을 통해 세계적인 AI 기업 딥시크(Deepseek)의 창업자인 량원펑을 배출하게 되었고, 딥시크 AI는 저비용 고효율 모델 개발을 통해 기술 접근성이 향상되고 중국-서구 간의 AI 기술 격차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해냈다.

오늘날 세계는 ‘AI+X’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혁신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AI+제조업’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고, 교육과 연구 현장에서는 ‘AI와 전공을 결합한 융합형 인재 양성’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AI를 도구로 보는 것을 넘어 AI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기술인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를 결합하여 ‘AI·DS’를 핵심역량으로 교육체계를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들도 ‘특성화 분야의 전공과 AI 역량을 갖춘 융합인재 양성’을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이러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취업시장에서도 과거 ‘인성’을 강조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AI 역량을 기본소양으로 갖추고 전공 및 협업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AI+X’형 학습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인생 2라운드를 준비하는 세대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퇴직 평균 연령이 49.4세인 현실에서 AI는 새로운 도전의 문을 여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없앴고 대학에서 4년간 배운 전공으로 평생을 버틸 수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나이와 관계없이 새로운 공부를 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고 경험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대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워가려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실감한다.

AI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여 대학도 청년들만을 위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모든 세대를 위한 평생학습의 장, 특히 AI와 연계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언제든 다시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대학의 중요한 역할이 된 것이다.

우리는 지금 AI와 함께하는 살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AI가 이끌어가는 새로운 시대는 우리에게 기회를 앗아갈 수도 있고 다른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실력과 경험을 AI와 연결시켜 ‘AI+X’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성 있는 ‘새로운 도전’만이 그 기회의 문을 열 열쇠가 될 것이다. 대학은 이미 문턱을 낮추고 넓혀 놓았으니 보다 많은 이들이 기회의 열쇠를 쥐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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