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의 반대 속에 오랜 기간 표류하던 해상작전헬기장 건립사업이 민·관·군 상생협약 체결이라는 전환점을 맞이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1일 동해시 송정동에서 열린 협약 체결식은 그간 첨예했던 갈등이 협의와 대화로 풀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사례로, 단순한 행정적 절차를 넘어 지역사회와 군, 그리고 행정이 ‘공존의 해법’을 모색한 귀중한 첫걸음이었다. 이번 협약은 단지 해상헬기장 조성에 대한 협조를 얻기 위한 절충안이 아니라 송정동 지역의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포괄적 공감대 구축의 결과다. 해군과 동해시, 주민 대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상생의 가치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주민은 물리적 보상에 머무르지 않고 헬기장 운영에 따른 소음 저감, 군 숙소 건립 등 실질적인 생활 개선 방안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이끌어냈고, 해군 또한 이러한 협약을 통해 작전 수행의 안정성과 지역 신뢰를 확보하게 됐다. 사실 해상작전헬기장 건립은 군사적 필요성과 지역사회 수용성이라는 두 상충된 가치가 충돌하던 대표적인 사례였다. 국가 안보와 군 작전의 효율성은 절대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사안이나, 이를 일방적으로 진행할 경우 주민의 삶과 환경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정당했다. 때문에 이번 협약은 정책 추진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인 ‘지역과의 조율’을 제도화한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번 협약이 일회성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향후 소음 군 부지 인근 생활 인프라 확충, 군과 지역 간 상생 프로그램 운영 등 실천 가능한 사업들이 구체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한 협약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협의기구의 상시 가동과 주민 의견 수렴 체계를 정례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난 수년간의 갈등을 교훈 삼아 ‘말뿐인 상생’이 아닌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할 때다. 동해시는 상생협약을 계기로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발굴해 나가야 한다.
군 관련 인프라가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아니라 하나의 버팀목으로 작용하려면 갈등을 예방하고 협력을 제도화하는 선진 행정 모델이 가동돼야 한다. 해상헬기장을 군 시설이 아닌 지역과 연계된 복합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즉, 헬기장을 포함한 군 시설 일대를 안전 체험 공간, 항공 교육 체험장 등 지역 관광 및 교육 자원으로 활용하는 창의적 접근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더불어 이번 협약은 강원도 전역에 적용 가능한 모범 사례로 확산시킬 가치가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군사 시설이 집중된 지역으로 유사한 민·군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가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협업할 수 있는 ‘상생 매뉴얼’을 정립하고, 군 역시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군정의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