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3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이후 우리 국민들의 법률 상식이 크게 늘어났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절차는 물론 최근에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파기환송심 등 그동안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했던 법률용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6월18일로 연기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어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법원 내·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하여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대법원의 상고심 선고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마자 곧바로 다음날 대법원의 사건 소송기록이 서울고법에 도착하고 재판부가 배당돼 첫 공판기일이 잡히며 빚어졌던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대법원이 이례적 속도전을 벌여 이 후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판단한 데 이어 서울고법도 빠르게 첫 공판기일을 지정하면서 그동안 전례가 없던 일이라 국민적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고 법원 내부에서도 실명 비판이 잇따랐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이유를 내세우며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통해 내란을 시도하다 대통령이 파면돼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됐다.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대법원은 국민주권주의를 무시하고 대선 개입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축제장인 선거 과정에서는 법원도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