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박의 늪에 빠진 청소년 21만명 예방 교육에 손놓은 정부’라는 기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국도박예방치유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4.3%는 평생 1회 이상 도박, 이 중 19.1%는 지난 6개월간 도박을 지속적으로 경험했다. 고등학생 경험률은 5%로 중학생(4.3%), 초등학생(3.4%)보다 높았으며, 성별로 보면 남학생이 5.8%로 여학생(2.6%)의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즉, 남고생이 도박에 가장 취약한 셈이다.
또한 학생들의 도박에 대한 인식 조사를 보면 ‘재미를 얻는 방법 중 하나’(18.5%), ‘스트레스 해소’(11.6%), ‘용돈 마련에 도움’(10.9%) 등으로 결과가 나타난 것을 보면 학생들이 도박을 가볍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학교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은 청소년 도박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 학교현장에 산재되어 있는 학교폭력, 차별 방지, 성폭력 등 셀 수 없이 많은 학생 지도 문제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젠 정부에서 청소년 도박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미래의 대한민국을 책임질 나라의 역군들을 건강하게 길러내기 위해서는 청소년 도박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우선, 교육부가 제공하는 ‘학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사이버 도박에 대한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학교폭력, 약물중독, 성폭력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도박은 옛말에 ‘한 번 빠지면 손목을 잘라도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독 우려가 심각하다. 어릴 때를 돌이켜보면 한 가정의 아버지가 도박에 빠져 온 가족이 야반도주하는 광경을 여러 번 보고 자란 경험이 있다.
둘째,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도박 예방 교육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물론 이분들이 학교폭력, 성범죄 등 이미 많은 업무를 맡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도박 예방 교육이 가장 효과가 크다고 본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의 역할이다. 선생님들의 업무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교실에서 직접 학생들과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사람은 교사들이다. 특히 수업 시간을 활용해 도박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교육한다면 이것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넷째, 정부에서는 학교전담경찰관이나 예방 강사를 양성할 수 있는 예산을 확충해 그 수를 늘려간다면 교육 의무 시수 확보는 물론, 교육의 질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정에서도 가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나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자녀가 도박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면 지적이나 비난, 통제보다는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하다. 도박에 빠진 자녀에게 얼마나 가족에게 소중한 존재인지를 인식시켜 주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깨닫고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10대들의 도박 현실을 들여다봤다. 숫자는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방법 중 하나지만, 실제로 나오는 통계를 보니 예상보다 충격적이었다. 10대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강도가 세고 다양한 도박에 손대기 시작한다. 그들이 성장해 20대가 되고, 그 상태로 30대가 된다면 그 재앙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온 국민이 청소년 도박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도박 유혹에 빠진 청소년들을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의 관심과 교육을 통한 사전 예방뿐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