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특집]이 길을 걸으면, 애달픈 그대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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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일 서울·원주·영월서 단종 유배길 걷기 릴레이 행사 진행
출향인사 및 지역주민 등 1천명 참가…단종에 대한 애뜻함 표현
서울은 22일 창덕궁 돈화문에서 영도교거쳐 정업원까지 걷기로
단종문화제 25~27일 개최 …영월군, 60주년 맞춰 글로벌화 추진

지난해 열린 제57회 단종문화제에서 개최됐던 단종국장 장면

“슬프고 애달픈 삶을 살았던, 568년 전 그대를 만나기 위해 이 길을 걷습니다”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7세 어린 나이에 영월로 유배를 왔던 조선6대왕 ‘단종’을 만나기 위해 영월군민들이 애틋한 추모의 마음을 모은다.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제58회 단종문화제를 앞두고 재경영월군민회, 재원영월군민회, (사)영월군기업경영영인협회, (재)영월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는 단종 유배길걷기 행사가 20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다.

2025년 제58회 단종문화제를 앞두고 추진되는 단종 유배길 걷기 서울 코스.

■ 서울·원주·영월에서 릴레이 걷기

단종 유배길은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쫓겨난 1457년 6월 22일 창덕궁을 떠나→영도교((永渡橋)→광나루→한강(배)→여주 이포나루→천서리(파사성앞)→보통리(위안동)→무촌리(원통리)→옥촌리→상구리(어수정)→이호리→설경주→행치고개(삿갓봉 옆)→부평리로, 6일만인 28일 영월 청령포에 도착한 길을 말한다.

지난 20일 재원(원주)영월군민회 주관으로 시작된 유배길 걷기에서는 300여명이 흥원창 비석(흥호리 972) ~ 단정지(단강초교, 단강리 1386)까지 걸었다.

22일에는 재경(서울·수도권)영월군민회 주관으로 걷기행사가 펼쳐진다. 창덕궁 돈화문 ~ 청계천 영도교 ~ 정업원으로 이어지는 길로, 오후 2시30분 창덕궁 인근 현대원서공원에서 모모여 문화 공연 및 식전행사를 갖고 출발한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출향인사 300여명이 함께한다.

영월 구간은 이틀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날인 24일에는 물미(어음정)~주천 구간, 둘째날인 25일에는 선돌~장릉까지의 구간으로 영월군기업경영인협회가 주관한다. 영월구간 걷기에는 지역 주민과 기업인, 문화예술인 등 500여명이 동참하기로 했다. 이 구간은 1457년 6월 22일 단종이 한양 출발 후 4일 후인 26일 이후의 영월 관내 행적을 따라가는 길로, 통곡의 길(솔치고개~주천 10.5㎞), 충절의 길(주천~배일치 마을 17㎞), 인륜의 길(배일치 마을~청령포 15.5㎞)등 3개로 나뉜다.

이번 유배길 걷기 행사는 오는 2027년 단종문화제 60주년을 앞두고 단종문화제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것은 물론 출향인과 지역주민이 함께 영월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되새기는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행사 주관 기관들은 영월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단종대왕 유배길에 대한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 확립에 나설 방침이다.

제57회 단종문화제때 열린 단종제례 장면

■ 제례·국장·칡줄다리기 대표 유산

단종을 생각하는 영월군민들의 마음은 각별하다. 문화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던 1967년에 단종문화제를 탄생시켜 문화유산으로 발전시켰다.

그 중에서도 ‘단종제례’가 대표적이다. 2011년 강원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단종제례는 중종 11년(1516)에 우승지 신상을 보내 제문과 함께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으로 미뤄볼 때 50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고 볼 수 있다. 1698년 단종복위 후 현재까지 327년 동안 이어진 왕실의 제향이 확립됐고 이와함께 지내는 충신제향은 1791년 제향을 지낸 후 234회를 맞고 있다. 현재까지 전승되는 단종제향과 충신제향은 영월군민들의 정체성을 간직한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두 번째가 ‘단종국장’이다. 단종국장은 단종승하 550주년이던 지난 2007년, 장례를 치르지 못한 비운의 왕인 단종을 위해 실제 국장을 치렀다. 당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850명 규모로 진행했고 이후 매년 개최되고 있다. 단종이 사약을 받은 관풍헌에서 단종이 묻힌 장릉까지 이르는 국장에는 영월군민들이 왕을 보내는 애뜻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왕의 장례를 손수 치름으로써 단종에 대한 신심을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세 번째는 지난 2023년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영월 칡줄다리기’이다. 칡줄다리기는 단종이 복위됐던 숙종 임금 때부터 시작됐다고 유래되고 있고 일제 강점기를 지나 단종문화제부터 본격 재현되고 있다. 영월 칡줄다리기의 칡줄은 용의 상징에다 살(殺)을 제거하는 ‘살줄’의 의미까지 겸하고 있으며 영월군민들은 칡줄을 통해 단종의 재림을 기원하고 그가 겪었던 고통의 일부를 줄을 통해 몸소 체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칡줄을 통해 군민의 안녕과 화합, 풍년농사를 기리는 기원제 성격도 겸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전승하고 보존해야 할 지역의 소중한 유산으로 꼽힌다.

영월 칡줄다리기는 매년 단종문화제때 칡줄을 통해 단종의 재림을 기원하고 그가 겪었던 고통의 일부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실시되는 행사이다.

■ 60년 앞두고 글로벌화 추진

단종문화제는 2027년이면 60주년이 된다. 본래는 2026년이 60주년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1년을 건너뛰어 2027년으로 넘어갔다.

영월군은 60주년을 맞아 단종문화제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화 된 대표 문화관광축제로 새롭게 나아가기 위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두 차례 토론회, 4차례의 심포지엄을 가졌다. 지난해 2027년 단종문화제 60주년 글로벌화를 위한 기본계획 ‘영월과 지역, 역사와 미래를 잇는 세계인의 축제, 단종의 이야기를 걷다’를 완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대표 프로그램의 시행 상 문제점을 보완·고도화해 올 9월까지 실행계획을 완성할 계획이다.

영월군은 단종문화제의 기반이 되는 스토리를 탄탄하게 가져가고 그 스토리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갈 때 세계적인 문화축제로 발돋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단종국장, 올해 처음 선보이는 단종 실경뮤지컬, 내년에 60주년 예비행사 때 선보일 단종과 정순왕후의 가례 등 왕실문화의 구현 등 단종문화제 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운영, 잘 다듬어 갈 계획이다.

최명서 영월군수는 “올해 진행하는 단종유배길 재현을 통해 지역주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단합을 도모해 지역경기 활성화에 기여함은 물론, 군민들의 손에 의해 탄생한 단종문화제가 60주년을 향해 순항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57회 단종문화제때 실시됐던 단종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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