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 출신 전정희 작가가 장편소설 ‘가시나무 꽃이 필 때’를 출간했다.
전작 ‘묵호댁’, ‘하얀 민들레’, ‘두메꽃’ 등에서 흡입력 있는 문체와 섬세한 심리 묘사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전정희 작가. 그는 신작을 통해 지난 삶을 위로하고 희망을 되새긴다.
신간은 사실주의에 기반해 질곡의 가족사를 그렸다. 아버지의 죽음 후 남은 것은 슬픔과 그리움 만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전혀 없다며 유산 상속 포기를 종용했던 큰 오빠. 위임장과 인감도장을 맡가던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가족의 균열이 시작됐다.
큰 오빠 부부의 탐욕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몬 원인이었음을 알게 된 형제들. 서로의 민낯을 알아버린 가족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상처 주기 바빴다. 하지만 치명적인 독과 붉은 꽃망울이 공존하는 가시나무 꽃처럼 가족은 끝내 서로를 끌어 안았다. 지난한 갈등을 넘어 화해와 용서에 다다르는 삶의 과정은 현실과 지독히 닮았다.

현실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숨 쉴 틈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는 작품은 전정희 작가의 문학 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작품은 극적인 반전과 인물의 변화를 내세우기 보다는 화해와 용서의 가치를 되새기며 곡절을 넘어선 가족애의 힘을 강조한다. 온기를 잃은 세상 속, 꿋꿋이 연대의 가치를 말하는 작품은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문학의 기쁨을 풀어낸다.
전정희 작가는 “믿었던 가족의 배신과 상처를 넘어 화해의 손을 내밀고, 가족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을 소설에 담고자 했다”며 “가시나무의 가시가 아닌 꽃이 되어 작품이 독자들의 마음에 평안을 전하길 바란다”고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도서출판 작가 刊. 303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