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바다와 하늘을 닮은 時, 삶을 보듬다

강릉 출신 최바하 시인

◇최바하 作 ‘거꾸로 자라는 버튼’

강릉 출신 최바하 시인이 생애 첫 시집 ‘거꾸로 자라는 버튼’을 펴냈다.

삶의 문턱마다 켜켜이 쌓인 그리움을 기록한 시집은 삶에 대한 기록이자, 사랑에 대한 회고다. 간호사로 일하며 수많은 이들의 생애를 지켜본 최바하 시인. 어느 호스피스 병원에서 죽음을 조우한 순간부터 그의 삶은 생과 사의 반복이자, 만남과 작별의 연속이었다.

“네 살이던 남자는 자라서/커다란 갓난아기가 되어/외마디 음절로도 침대 밖/모든 손발을 부리고 쓴다”(거꾸로 자라는 버튼 中)

누군가는 기억을 잃고, 또 누군가는 삶을 지탱할 힘을 잃어가는 노년기. 반복되는 죽음 앞에서도 시인의 마음은 도통 무뎌지지 않았다. 여전히 연민의 눈길로 세상을 보듬는 그는 시집을 통해 지나간 이들에 대한 절절한 회고와 그리움을 풀어냈다.

바다와 하늘을 닮은 시인이 되고 싶어 얻은 필명 최바하. 이름에 담긴 염원처럼 시인은 수많은 그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생을 노래한다. 가슴 뭉클한 봄날의 꽃망울을 기억하고, 여우비의 물방울에서 첫 연애의 간지러움을 떠올리며 담담히 삶을 이어간다.

김남권 시인은 최바하 시인을 두고 ‘사람을 향해 연민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자연을 향해서는 생명의 숨결을 놓지 않는 따듯한 성정을 잃지 않는 시인’이라고 말했다. 비를 쏟아내다가도 금세 맑게 개는 하늘을 닮은 시인이 전하는 잔잔한 파도같은 시. 시집을 덮을 때 독자들의 마음 속에 비로소 최바하라는 바다와 하늘이 스며든다.

최바하 시인은 “제 시집 속 이야기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며, 기억 속에 간직해온 그리움”이라며 “첫 잎 같은 새순의 마음으로 앞서 걸어간 시인들의 발자국을 바라보며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전했다. 밥북 刊. 160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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