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폐광지역 주민들은 눈물이 난다”

박상수 삼척시장

대한민국에 하나 남은 국영 석탄광업소인 석공 도계광업소를 품고 있는 도계지역 주민들은 100일이 넘도록 도계 농성장과 정부 청사 앞에서 절박한 목소리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폐광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려없는 정부의 일방향적인 정책 추진으로 인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기 폐광 정책은 속속 진행되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의 삶이 보장되는 지역회생 대책은 시간만 허비하면서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루속히 계획의 보완, 속도의 조절, 대체산업의 신속한 결정 및 추진 등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폐광지역인 도계 주민들이 바라는 최우선 방안은 다름아닌 대체산업의 신속한 추진이다. 수차례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된 사업은 바로 ‘첨단 가속기 기반 의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이다.

중입자가속기 암 치료센터를 중심으로 80개 병상의 입원실, 임상실습을 위한 교육 및 R&D센터, 직원과 보호자 숙소로 사용 가능한 휴양거주시설이 조성되면 그 자체로 하나의 지역경제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의료산업 클러스터 조성 이후 지역에 자발적으로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들은 항암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식품산업, 자연과 함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산림체험사업 등 무궁무진할 것이다.

또한,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보건과학대학을 통해 지속적으로 전문 인력들이 양성·투입 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도계 지역이 대한민국 대표 탄광도시에서 의료·교육 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입자가속기 기반 의료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아직도 정부의 심사 문턱인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정부의 조기 폐광정책이 국내외 석탄산업 여건을 감안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하더라도, 이후의 상황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후속 정책이 미루어지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외에도 연간 411만 명의 방문객과 3,941억 원의 매출이 예상되며 폐광지역의 관광산업을 책임질, 폐광지역 지정면세점 설치사업도 지속된 개정 발의에도 불구하고 법률 개정이 지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피해들을 고스란히 폐광지역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모습이 되고 말았다. 이미 한박자 늦어버린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의 절박한 생존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다.

요즘 서울 등 수도권을 제외한 대다수 지방 도시의 가장 큰 이슈는 지역소멸에 대응하여 어떻게든 자립할 수 있는 자생력을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폐광으로 인하여 지역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탄광산업이 일순간에 사라진다면 도계지역 주민의 정주여건은 처참하게 무너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도계지역은 성실하게 땀 흘릴 용기만 있다면 따뜻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정겹게 살던 곳이었다. 석탄산업 전성기였던 이때까지는 ‘도계지역은 광부들 월급날이면 지나가는 개도 만원짜리 지폐를 입에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도시였다. 그러나, 도계광업소의 폐광이 올해 6월말로 결정된 이후, 현실로 와닿지 않던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지역주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정부는 폐광지역 주민들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려 대체산업의 선행과 신속하고 적극적인 예산집행으로 지방소멸 대응과 국토의 균형발전에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90여년간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산업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면서, 다시 한번 지역회생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지방도시의 간절한 소망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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