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귀뚜라미는 날개를 비벼 노래한다<1278>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귀뚜라미는 제일 먼저 가을을 알려 주는 전령으로 8∼10월에 풀밭이나 정원, 부엌이나 섬돌(댓돌·디딤돌, 뜰과 마루로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 밑에서 시끄럽게 노래한다.

‘귀뚜라미 풍류 하겠다’란 게으른 농부가 논의 김(잡풀)을 매지 않아 귀뚜라미가 안심하고 놀겠음을 뜻하는 말이다. ‘알기는 칠월 귀뚜라미’란 음력 칠월 귀뚜라미가 앞서 가을이 옴을 알린다는 뜻으로 남보다 미리 아는 체하는 사람을 비꼰 말이다.

귀뚜라미는 기온에 무척 예민해 ‘귀뚜라미는 칠월에 들녘에서 울고, 팔월에는 마당(울 밑)에서 울고, 구월에는 대청마루 밑에서 울고, 시월엔 방안에서 운다’고 했다. 또한 ‘방에서는 글 읽는 소리, 부엌엔 귀뚜라미 우는소리다’란 공부하는 분위기가 잘 된 평화로운 가정을 일컫는다.

귀뚜라미(실솔, 蟋蟀, cricket)는 귀뚜라밋과에 딸린 곤충으로 베짱이에 가깝다. 세계적으로 900여 종이 서식하고, 우리나라에는 10여 종이 살고 있다. 귀뚜라미는 온몸이 흑갈색(검정고동색)이고, 복잡한 반점(점무늬)이 있으며, 몸길이(體長)은 17~21㎜ 정도다.

타원형의 큰 겹눈과 가늘고 길쭉한(체장의 1.5배) 촉각(더듬이)을 가졌으며 앞(겉)날개는 딱딱한 편이나 속 날개는 얇다. 앞다리 중간 마디에 자리하는 고막으로 소리를 듣고, 날개를 비벼 노래하는 이상야릇한 벌레이다! 또 귀뚜라미는 다른 곤충처럼 암컷이 몸집이 크다.

짝짓기를 끝낸 암놈은 바늘 같이 돋은 아주 기다란 꽁무니 산란관(알 낳는 기관)을 식물 줄기들에 꽂아서 산란한다. 암컷은 가을 끝자락에 알을 낳고, 알로 겨울나기를 한다. 이듬해 봄에 부화한 유충은 6~12번 탈피(허물벗기)를 해 성충(어미)이 되는 불완전탈바꿈(직접발생, 번데기 시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어른벌레가 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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