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중훈 안성기 장동건 주연 1999년작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백미는 영화 후반부 우중 격투신이다.
박중훈과 안성기가 주먹을 교차하는 장면은 한국영화사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마지막 결투신의 촬영지는 태백 철암역두 선탄장이다. 지금도 철암 선탄장에서는 박중훈과 안성기의 입간판을 찾아볼 수 있다.
태백 일원에서 생산된 석탄은 모두 철암역으로 모였다. 이곳에서 상품가치가 있는 탄과 가치가 떨어지는 경석을 구분하는 선탄작업을 거친 후 다시 화물열차에 실려 전국으로 운송된다.
지난해 한국기자상, 관훈언론상 등을 수상하며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킨 강원일보의 기획보도, 다큐영화 ‘광부엄마’도 철암 선탄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철암역두 선탄장은 국내 석탄산업 시설 중 최초로 2002년 5월 근대산업문화유산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1937년 설립된 국내 최초·최대 무연탄 선탄시설이자 근대식 산업건축물이기 때문이다. 2024년 장성광업소 폐광과 함께 가동을 멈췄으나 석탄생산을 위한 벨트라인, 파쇄, 선탄시설 등이 남아있어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주요 공정과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선탄장 뒷편의 검은 산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탄광도시만의 이질적 분위기를 더한다. 사실 산이 아니라 수십여년간 석탄 경석 등이 쌓이며 인공적으로 형성된 저탄장이다. 62만톤으로 추정되는 경석은 그동안 폐기물로 분류됐으나 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해져 첨단산업 소재로 쓰일 예정이다.

철암역과 선탄장 일원은 관광지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철암역이 들어서고 수만명의 인구가 몰려들자 건물을 역 앞 하천으로 증축해 지하공간을 마련해 생활했다. 하천 위로 확장된 부분에 지지대를 세웠고 이 지지대의 모습을 따 ‘까치발 건물’이라고 불렸다.
국내에서는 철암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건축양식이다. 탄광역사문화촌으로 꾸며져 1970~80년대 석탄산업 전성기의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철암 일원은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주관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부지 유치 공모에 선정돼 5,000억원대의 대규모 국책 연구시설과 청정메탄올 물류시설 등이 들어서며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