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화우 감독의 레슬링부가 창단 이래 가장 많은 17명의 선수(남 16명·여 1명)와 함께 전국 정상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992년 창단해 전국체전을 비롯한 전국대회 14회 우승을 차지하고 3명의 주니어 국가대표 배출 등 한국 레슬링사(史)에 지대한 업적을 남긴 강원체고 레슬링부는 기본에 충실한다. 런닝과 낙법, 구르기, 파트너 기술 연습, 보강 훈련까지 무엇 하나 빼놓지 않는다. 체력 훈련은 전원이 함께, 기술 훈련은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으로 나눠 전문적으로 진행된다.

2011년부터 팀을 이끌어온 임준호 코치는 “레슬링은 순간의 집중력이 생명”이라는 철학 아래 자율과 긴장의 균형을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소홀히 하는 선수가 있다면 엄하게 일침을 날리지만 독려를 통해 선수들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경쟁자는 외부에 있지 않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남화우 감독의 말처럼 이 팀의 키워드는 ‘자기주도’다.
그 분위기를 상징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최태경(2년·그레코로만형). 원래 양궁부였던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헬스에 빠지면서 근육이 늘어 활 시위가 당겨지지 않아 결국 레슬링으로 종목을 바꾼 웃픈 스토리를 갖고 있다. 양궁 선수였던 그는 영화 ‘당갈’을 보며 마음이 움직였고, 레슬링에서 진짜 꿈을 찾았다. 올해 3월 회장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가능성을 입증한 그는 평소에도 프로들의 영상을 보며 기술을 돌아보며 새벽·야간 자율 훈련까지 자처하는 노력파다. 아시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던 최태경은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 앞에서 박수 받는 게 꿈이었다. 이젠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이들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숏폼 등의 콘텐츠를 활용하기도 한다. 근래 올린 숏폼 콘텐츠는 조회수 10만회를 돌파하는 등 레슬링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강원체고 레슬링부의 또 다른 자랑은 팀워크와 분위기다. 2학년 심영유(자유형)는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열정적으로 이겨내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본 레슬링에 매료돼 이 길을 택했고 지난해 대통령기 동메달을 따냈다. “레슬링이 투박하다는 인식이 많지만, 사실은 굉장히 신사적인 스포츠다. 그 이미지를 내가 바꾸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여자 선수가 단 한 명뿐인 상황에서도 이지현(1년·화천중 출신)은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체육 시간에 이종수 화천중 코치의 권유로 레슬링을 시작한 그는 2023 종합선수권과 2024 대통령기 금메달을 차지한 에이스 선수가 됐다. 혼자 훈련해야 하는 여건 속에서도 학교는 그녀를 위해 야간에 외부 여자 코치를 초빙해 맞춤 훈련을 잡아주는 등 지원하고 있다. 그는 “중학교 때도 여자 선수는 저 혼자였다. 이미 적응은 끝났다. 시골 화천에서 소년체전 금메달을 만들어낸 이종수 코치님이 제 롤모델이다”라고 전했다.

올해 레슬링부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남화우 감독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