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새영화]70여년 봉인됐던 목소리가 풀려났다

장국영 22주기 추모 ... 첫 주연작 재상영

이번 주 극장가에는 기억의 틈새를 채우는 영화들이 찾아온다. 시대의 아픔을 기록하며 지나간 삶을 회고하는 작품들은 영화로 영원을 기억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제주 4·3사건의 참혹했던 기억을 담은 영화 ‘목소리들’이 공개되며, 시대의 비극 속 가족의 비극을 그린 영화 ‘올파의 딸들’도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 ‘열화청춘’도 장국영 22주기를 맞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된다.

■목소리들=1948년부터 7년 7개월. 제주도는 죽음의 섬이었다. 대한민국 군대와 경찰이 ‘공산 빨치산 소탕’이라는 명목으로 주민 3만여명을 학살하고 집을 불태웠다.

마을 남성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이들의 화살은 여성을 향했다. 제주 여성들은 노동과 군사훈련에 강제 동원됐으며 성폭행과 가혹행위가 횡행했다. 하지만 그들이 입은 피해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못했다.

피해자들의 수치심을 감추겠다는 이유로 조혼을 부추겼으며, 입막음을 위해 희생된 이들도 다수였다.

이에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어둠 속에 봉인돼 온 제주 여성들의 기억과 침묵 속에 잠겨 있던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다. 생존자를 찾기 힘들어진 세월, 작품은 노인이 된 피해자들의 목소리로 국가가 자행한 폭력의 민낯을 고발한다.

지난해 EBS 국제다큐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에서 역사의 민낯을 가감없이 전하며 호평을 얻은 영화는 또 한 번 참혹했던 역사의 순간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12세 관람가. 89분.

■올파의 딸들=튀니지에 사는 올파에겐 네 딸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곁에 남은 딸은 둘뿐.

첫째 고프란과 둘째 라흐마는 가출한 뒤 이슬람 극단주의자 조직인 IS에 가담한다. 속절없이 딸들을 기다리던 올파는 몇 년 후 딸들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구금된 딸들을 만날 수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손녀를 안아 볼 수도 없는 현실. 가족의 비극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영화는 증언과 재연을 오가며 지난 시간을 되짚는다.

사실 이 모든 이야기는 실화다. 주인공 올파와 그녀의 셋째 딸 에야, 넷째 딸 타이시르는 직접 영화에 출연 했으며 첫째·둘째는 배우가 맡아 가족의 지난 삶을 연기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결합된 독특한 형식 속에서 가족의 복잡한 감정선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른다. 끝나지 않는 빈곤과 계속되는 불안한 정국. 영화는 국가와 가정의 악순환의 고리가 어떤 비극적 결말을 초래하는지 올파 가족의 삶을 빌려 말한다. 15세 관람가. 108분.

■열화청춘=2003년 4월1일 거짓말처럼 떠나버린 배우 장국영. 그의 시간은 22년 전에 멈췄지만 장국영을 기억하는 영화 팬들의 마음 속에서 그는 여전히 숨 쉬고 있다. 올해도 장국영의 22주기를 기리기 위해 그의 첫 주연작 ‘열화청춘’이 돌아왔다.

루이스와 그의 사촌 캐시, 토마토, 아퐁 네 사람은 자유로운 사랑과 우정을 나눈다. 어느 날 캐시의 전 남자친구 신스케가 홍콩으로 돌아오며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은 열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장국영이 표현한 루이스는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인물로 작품에서 장국영은 특유의 눈빛과 밀도 높은 감정 표현으로 주목을 받았다.

홍콩 영화 금상장 남우주연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단숨에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한 그에게 열화청춘은 특히 애착이 큰 작품이었다고 한다.

관객을 압도하는 미술과 음악, 파격적인 스토리가 돋보이는 작품은 시대를 넘어 다시 한번 관객들의 마음속에 배우 장국영을 각인시킨다. 청소년 관람 불가. 9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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