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나무에서 그네를 타고 열매도 따 먹으며 놀았다. 세월이 흘러 소년이 나무를 찾는 일이 줄어들자 나무는 쓸쓸해졌다. 어느 날 나무를 찾은 소년이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나무는 과일을 내어 주었다. 결혼을 하려면 집이 필요하다는 요청에 자신의 가지를 내어 주었다. 또 멀리 떠나고 싶다는 말에 자신의 몸통을 베어 가져가라 했다. 소년은 노인이 되어 돌아왔고, 쉴 곳이 필요하다고 말하자 나무는 “밑동에 앉아”라고 했다. 나무는 행복했다. 미국의 아동 문학가 셸 실버스타인이 1964년에 쓴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줄거리다. ▼한곳에 정착해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무는 그저 아낌없이 주는 존재다. 그 가치는 얼마일까.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기능 평가액은 126조원이다. 국민 1인당 연간 249만원의 산림 혜택을 받는 셈이다. 나무 한 그루는 성인 4명이 하루 24시간 숨을 쉬는 데 필요한 양의 산소를 공급한다. 큰 느티나무 한 그루가 하루에 8시간 광합성을 할 경우 연간 2.5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8톤의 산소를 방출한다. 성인 7명에게 1년간 필요한 산소량이다. ▼나무는 아낌없이 모든 걸 내어 주는 고마운 존재다. 나무 한 그루는 공기 1ℓ당 7,000여개의 먼지 입자를 줄여주고 연간 총 35.7g의 미세먼지를 흡수한다. 도시의 숲은 여름 한낮 평균기온을 3~7도가량 낮춰 준다. ▼올해로 창간 80주년을 맞은 강원일보는 1999년 이런 문제의식의 발로로 나무 나눠주기 행사를 제안했다. 현재까지 강원자치도, 산림청, 각 시·군과 함께 주민에게 나무 나눠주기를 통해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행동을 실천해 오고 있다. 강원 최대 도시 원주에서는 28일 강원일보와 원주시, 북부지방산림청, 원주시산림조합, 원주시조경협회가 뜻을 모아 시민을 대상으로 나무를 나눠준다. 손가락 굵기의 나무지만, 훗날 아름드리나무로, 꽃을 피우는 나무로 성장하리라 확신한다. 시민에게 전달되는 나무는 미래 세대 행복을 위한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