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특집]유정복 "이재명 대표만 동참하면 대선 전 개헌도 가능... 권력 재조정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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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광역시장)이 인천광역시청 접견실에서 유병욱 강원일보서울본부장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인천=박승선기자

1980년, 아직 학생티를 채 벗지 못한 청년이 강원도청에서 수습사무관으로 공직에 첫 발을 디뎠다.

그로부터 44년. '만 36세의 전국 최연소 군수', '3선 국회의원',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재선 인천광역시장', 차곡차곡 그의 발걸음이 쌓였다.

바로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광역시장)의 얘기다. 올 초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에 취임해 개헌과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유 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유병욱 서울본부장

■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으로 취임한 지 석 달 가까이 지났다. 어려운 시기에 회장직을 맡았는데="17개 시·도가 곧 대한민국이다. 이미 민선 6기 때도 협의회장을 한차례 해 봤기 때문에 협의회장의 역할 중요성 잘 알고 있다. 대내외적 어려운 지금의 환경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야 한다. 협의회장으로서 역할을 잘해나가겠다"

■ 취임 직후부터 지방 분권형 개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최근의 정치적 혼란은 1987년 헌법이 오늘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서 비롯된 것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 제도적으로 좋아 보여도 실제 운영하면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부작용과 폐단, 현실적 국정 혼란이 있지 않나. 대표적인 예가 윤석열 대통령이 내린 비상계엄이다. 국회가 너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정치적 불신을 초래한 것도 크다. 헌법은 그 시대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 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는가="개헌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막상 권력을 갖게 되면 대통령이든 국회든 자신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어렵다. 어찌 보면 대통령이 직무 정지돼 있는 지금 이 권력공백기가 적기이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지방분권형 개헌의 핵심은 무엇인가="대통령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자치권을 현실에 맞게 강화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권한 조정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넓게 보면 국가와 지방권력, 국회, 사법부 등 총체적인 권력의 합리적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 구체적으로 양원제와 중대선거구제도 제시했다="과도한 의회권력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국민들에게 불신을 갖게했으며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양원제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어떤 정당이 전체 60%를 차지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현 제도에서 영호남은 '공천이 곧 당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특정 정당이 의석을 독점하기 어려워지고 소수정당 참여도 확대된다. 오로지 공천에만 매몰돼 앞뒤 안보고 당론을 따라가는 폐단을 막을 수 있다"

■실현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나="정치권의 의지에 달려 있다. 직접적으로 얘기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동참하면 급속도로 추진된다. 이 대표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진척이 없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결과에 관계 없이 개헌 논의는 불가피하다. 만약 조기대선이 생기더라도 정치권이 마음만 먹으면 선 개헌, 후 대선도 가능하다고 본다. 윤 대통령 역시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광역시장)이 인천광역시청 접견실에서 유병욱 강원일보서울본부장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인천=박승선기자

■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고 있다. 시·도 차원의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권한대행, 그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되다 보니 중요한 국책 사업 결정이 지연되는 등 이에 따른 어려움이 있다. 또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시급한 민생 과제들, 경제회복 문제 들은 지방정부 힘만으로 되는게 아니고 중앙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자고 계속 강조해오고 있다. 지방정부가 굳건히 잘 버티고, 국민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지방자치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판결이 나오면 극심한 국론 분열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은데="우선 대통령 탄핵 판결과 관련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반대편을 설득할 수 있는 선고 결정문이 나와야 한다. 여야 정치권 모두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하고 헌재 결정을 이유로 국민들을 선동하고 편가르기를 해서는 안된다"

■ 얼마 전 '대한민국 대통합 찢는 정치인, 잇는 유정복'이란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이 인상적이다="지금 이 시대에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국민통합이다. 정치는 여러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반대로 이를 조장하거나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찢는 정치인, 사욕이 있는 정치인은 정치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국가 발전을 저해하지 않고 통합에 앞장서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격차를 봉합해 이어주고 과거의 번영을 바탕으로 오늘을 미래로 이어주고, 너와 나를 잇는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해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

■ 현 시점에서 책을 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나="최근 혼란한 정치 상황을 보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걸 느꼈다. 좌우로 첨예하게 대치하는 국민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고, 모든 것이 정치인들의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정치 상황에 경종을 울리고 대한민국이 대통합의 길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됐다. 지금이라도 통합의 길로 돌아가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 군수부터 시작해 국회의원, 행정안전부 장관, 광역단체장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맨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 다들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다. 이미 30대 나이에 서구청장을 하고 있었고, 앞날이 안정된 젊은 공직자였는데 갑자기 김포군수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하자 사람들이 많이 놀랐다. 김포에는 혈연도, 지연도 없었고, 심지어 무소속이었다.

왜 그런 결정을 했겠나. 주민들이 서구청에 몰려와서 '우리를 위해 출마해달라' '당신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잘나서 그런게 아니었다. 그 당시엔 그게 저에 대한 시대의 요구였다. 나를 필요로 하는 지역이든, 사람이든, 상황이든 거기에 응답하는 것이 정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 지금까지 정치를 해 온 원동력은?="권력을 쟁취하고 명예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해서 국민이, 시민이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면, 딱 그거 하나다. 고향도 아닌 곳에서 10년 시장 시키고 3선 국회의원 시켜줬다. 인천시장 출마했 때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는데 정치권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과감하게 던졌다.

그 진정성이 통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나를 던져서 발전적 변화가 이뤄진다면 이보다 더 행복한 정치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광역시장)이 인천광역시청 접견실에서 유병욱 강원일보서울본부장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인천=박승선기자

■ 한동안 인천시의 '천원주택'이 화제가 됐었다. 어떤 정책인가="하루 임대료가 1,000원이서 붙인 정책 이름이다. 신혼부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주거 문제인데 단순한 주거 지원을 넘어, 자녀를 낳고 행복하게 양육하는 토대이다. 예산은 36억원이 들었다. 인천시 예산의 0.02%수준 밖에 안된다. 예산을 떠나 얼마나 현장감있고 체감있는 정책을 하는 것이냐가 훨씬 중요하다.

정부에서 저출생에 50조원을 쏟아 부었는데도 해결이 안되지 않나. 돈은 돈대로 쓰고 성과는 없는거다. 인천은 '천원주택'을 비롯해서 저출생을 위한 종합 6종세트가 있다. 그 결과 출생아가 11% 증가했다"

■ 인천을 테마로 한 노래에 작사가로 참여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딱딱한 정치현안에 감수성을 입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있다="음악에 조예가 깊진 않지만 경제성장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문화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문화가 이미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 않나. 인천 출신 가수 백영규씨를 만나 소주한잔 하면서 인천을 위해 노래를 하나 만들자고 했더니 나보고 가사를 쓰면 자기가 작곡을 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1탄, 2탄, 3탄까지 했다. 문화를 중시하고 미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건 당연히 시장이 해야 할 일이다"

■ 대선 주자로도 거론되는데="세상의 변화를 위해 역할을 하는 것이 시대 정신이다. 시대의 부름이 있다고 하면 그걸 마다하는 정치인은 아니라고 말씀드리는게 지금은 맞는거 같다"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광역시장)이 인천광역시청 접견실에서 유병욱 강원일보서울본부장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인천=박승선기자

■ 강원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강원도는 약속의 땅이다. 도시화는 좀 밀려있는 듯 하지만 그 자체가 미래의 자산이고 가치이다. 모든 지역이 똑같은 기준에 의해 경쟁해서 발전하는것이 아니다. 강원도는 강원도가 갖고 있는 환경과 여건을 극도로 살려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을 갖고 지역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자" 정리=원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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