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을 잇는 선이며 문명을 연결하는 가교다. 19세기 영국에서 증기기관차가 철길을 달리던 순간 세계는 근대화의 속도를 가늠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경인선 개통이 신문물의 등장을 알렸고 경부선과 경의선은 국토의 혈맥이 됐다. 철길 위를 달리는 열차는 운송 수단의 기계가 아니라 시대를 견인하는 힘이었다. 그런 점에서 동해선의 60~70㎞ 저속구간(강릉~동해~삼척·미싱링크) 해소는 맹목적인 철도 개량 사업이 아니다. 고속화로 바꿔야 한다. ▼과거 고려 시대에는 ‘육로보다 해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해안 지역은 뱃길로 이어졌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는 강원도 동해안이 교통의 변방으로 밀려났다. 철길조차 제때 놓이지 못해 지금까지도 강릉에서 삼척을 잇는 구간은 저속 철도가 달리는 유일한 병목 지점으로 남아 있다. KTX가 부산에서 삼척까지 단숨에 달릴 수 있지만 이 구간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이다. 마치 비단옷을 입고 짚신을 신은 격이 됐다. ▼‘일이 반쯤 이루어졌을 때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다. 강릉~삼척 고속화 사업은 이미 절반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남은 과제가 만만치 않다. 특히 1조3,000억원이라는 사업비와 경제성 논리의 벽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동해선이 완성되면 남북 철도 연결이 본격 논의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고 관광과 물류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한목소리로 설득력을 높여야 할 시점이다. ▼철도가 놓이면 도시가 살아나고 지역이 연결되면 경제가 움직인다. 동해선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일은 그저 교통 개선이 아니라 동해안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만드는 국가 균형 발전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동해안을 따라 빠르고 힘찬 열차가 달릴 때 강원특별자치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이 흐름을 놓친다면 후대는 오늘의 머뭇거림을 아쉬워할 것 같다. 이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