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안전모도 없이 불 속으로…위험한 비전문 진화 인력 투입

강원도내 비전문 산불진화대원 1,118명…제대로 갖춘 장비도 없어
“노인 일자리로의 접근이 아니라 화재 대응 전문 인력으로 구성해야”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경남 산청군 신안면에서 발생한 산불 직화 작업에 나선 모습. 사진=산림청 제공

경남 산청 산불 화재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벌이던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3명이 불길에 갇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비전문직 인력이 제대로된 안전장비도 없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어 산불대응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장비 ‘노후화’ 심각=국내 산불 대응인력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공중진화대,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등으로 구성된다. 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는 헬기 등 소방장비를 동원해 현장에 투입된다. 반면 민간인으로 구성된 예방진화대는 안전화, 안전화, 손전등, 방연마스크, 안전장갑 등 잔불 정리에만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만을 지급받고 현장에 출동한다. 이마저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낡은 장비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산불진화차량의 노후화도 심각하다. 봄철 잦은 대형산불에 시달리는 강원지역 동해안 6개 시·군에 배치된 진화차량(탱크 트럭)은 총 67대다. 이중 13대는 산림청이 정한 내구연한을 초과한 10년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의 한 지자체에서 산불진화대원으로 활동하는 김모(60)씨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불덩이를 막아줄 안전모도 없다”며 “등짐 물 펌프와 방화복 마저 10년이 다 됐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산불진화대원의 낡은 장비가 사고 위험을 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전화는 1~2년이면 닳아 밑창이 까지는데, 지자체의 보급은 4년 주기로 이뤄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력 ‘고령화’도 문제=산림청이나 각 지자체에서 선발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학력, 나이, 경력, 관련 자격증 여부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최종 선발되면 하루도 채 되지 않은 교육시간만 이수하면 현장에 바로 투입되는 시스템이다. 산불진화 비전문인력들이 현장에 출동하게 된다. 진화대원들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강원도산불방지센터에 따르면 도내 18개 시·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1,118명의 평균 연령은 62세다. 이에 사실상 ‘노인 일자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발생하는 대형 산불이 국가적 재난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현장으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를 노인 일자리 측면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화재 대응 전문 능력을 갖춘 소방인력으로 구성해야 한다”며 “최근 산불이 잦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진화차량을 비롯한 최신 장비 확보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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