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 십계명 중 제1계명은 ‘나 이외에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출애굽기 20:3)’이다. 출애굽 과정에서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으러 간 사이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기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처형 및 재앙 등의 징벌이 따랐다는 점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익히 알고 있다. ▼처음에는 같은 길을 가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전혀 다른 곳에 다다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가리켜 ‘이단(異端:다를 이, 끝 단)’이라 부른다. 이단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우상숭배다. “내가 곧 신”이라는 결론으로 연결되는 것을 모른 채 빠져들었다가 뒤늦게 깨닫는 이도 많다. 그 과정에서 개인은 물론 공동체에도 큰 상처와 혼란을 남긴다. ▼이단에 현혹되는 경향은 종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도 발견된다.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의 어려움을 겪고도 세계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그 기저에는 근면·성실한 민족성과 함께 기독 신앙을 중심으로 한 ‘정직’, ‘이웃 사랑’, ‘공동체 의식’ 등의 가치관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과 번영의 과정에서 정치적 이권 등이 끼어들면서 처음에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가야 할 길로 보였지만 결국에는 방향을 잃고 어느 한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때도 적지 않았다. 일종의 ‘이단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12·3 계엄선언’ 이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마무리되지 않으며 정치적 반대 진영 사이의 극단적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모두 우리나라를 위해 나선 것이라면서도 같은 국민에게 혐오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아 의아하다. 공동체와 사회가 갈등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으려면 각자가 스스로에게 묻고 성찰해야 한다. 나의 주장이 진정 공익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특정한 이익을 대변하는 것인가? 우리가 처음 가졌던 신념과 가치가 끝까지 지켜지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이야말로 혼란 속에서도 바른 길을 찾는 지침이다.